"민정수석 됐을 때 '믿어달라' 했는데 이렇게 법정 왔다"

'금융 지식 부족' 부각…손실 본 이야기 꺼내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증인석에 앉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돈에 전혀 관심 없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 조범동씨에게 "조 대표가 날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저 말이 '정치적 스탠스'라는 식으로 언론에 플레이됐는데, 맥락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희 남편은 돈에 전혀 관심 없고 집에서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라며 "그래서 '돈은 범동씨가 벌고, 남편은 명예밖에 모르는 사람이니 그렇게 갑시다'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해명을 포함해, 정 교수는 이날 조 전 장관이 재산 관리에 어두운 사람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비를 정 교수가 냈다거나, 두 달 전에 정 교수에게 보내준 돈이 4천만원인지 2천만원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는 등의 에피소드를 정 교수는 소개했다.

정 교수의 동생이 집을 살 때 남편 통장에서 돈을 빌려줬는데, 한참이 지난 뒤에야 조 전 장관이 무슨 돈이 나갔느냐고 물어보기에 동생 집을 사는 데 보태줬다고 하니 "잘했다"라고 답하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정 교수는 "남편은 공직자 재산공개 전까지는 제게 돈이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고, 돈을 보내 달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내주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남편이 민정수석이 됐을 때, 내가 '나를 믿어달라. 누가 1천억원을 가져와도 뇌물 안 받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결국 법정에 앉아 있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스탠스라는 단어는) 이런 생각으로 한 것이지, 내 남편이 민정수석이라 득 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처음 사모펀드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 이상훈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대표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해라"는 남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날 조 전 장관만이 아니라 코링크PE에 자금을 투입한 자신이나 동생이 금융거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검사가 이야기하는 원금이나 소비대차라는 말의 의미를 모른다"라거나 "사모펀드가 영어로 프라이빗에쿼티라는 것을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자산 운용상의 손실을 본 이야기를 하고, 검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이 제시한 휴대전화 메모에는 정 교수가 자신의 자산들을 어떻게 관리해서 키울 것인지 적어 둔 내용이 있었다.

이를 본 정 교수는 "어릴 때부터 상상력도 많고 해서, 최대한 (자산운용이) 잘 되면 어떻게 될 수 있겠다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남편도 제가 원치 않는 민정수석이 되고, 실제로 그렇게 (메모대로) 되지도 않아 투자금을 회수할지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우스운 숫자"라고 허탈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교수는 "저의 굉장히 내밀한 메모인데, 그것을 형사법정에서 유무죄를 따질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숫자를 썼다고 잘못도 없는 건데, 저 스스로 마음도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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