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임기제한 없앨 당헌개정, 정족수 미달로 불발…8월말 전당대회 유효

'내년 3월까지 대선준비' 김종인 측 "추대로 생각 안해…관리형 비대위 못 맡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조민정 이은정 기자 =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4개월 임기로 28일 가결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통합당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재적위원 639명 중 3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위원회를 열어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 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이날 전국위를 통과한 임명안을 결재하면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이대로는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초 약속한 것과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 내정자는 심 권한대행에게 "2022년 3월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는 대선 승리의 준비를 마치고 떠나겠다"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상태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통합당은 오는 8월 31일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쳐 출범하면서 이 같은 경과규정을 당헌 부칙에 뒀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수락 조건이 실현되려면 이를 개정해야 하는데,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경과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당헌 개정은 이날 무산됐다.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를 전국위에서 의결하려 했지만, 정원 45명 중 과반에 못 미치는 17명만 참석해 상임전국위 자체가 불발된 것이다.

결국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종인 비대위가 당장 출범하더라도 임기는 약 4개월에 그치게 됐다.

김 내정자 측 최명길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종인 대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 31일까지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하느냐 마느냐'만 남은 상황인데, 그건 안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심 권한대행은 전국위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김 내정자는 취임 이후 자신의 임기를 스스로 늘리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일부 당권 도전자와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상임전국위를 무산시킴으로써 '4개월 비대위원장'으로 유도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상임전국위 무산에 앞서 당내 일부 중진 의원들은 상임전국위원인 시·도의원들의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권한대행은 전국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하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 요청할 생각"이라며 "수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다시 소집해 당헌 개정을 재추진하고 김 내정자의 수락을 설득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상임전국위가 재소집될 경우 또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