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 등 7개 기관 45명 6시간 감식…발화장소 집중 조사

내일 2차 감식…시공사 등 4개 업체 압수수색·15명 출국금지

(이천=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이 30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였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인명수색이 종료된 가운데 시작된 이날 감식에서는 참사의 시작이 된 폭발을 일으킨 화원(火原)을 규명하는 작업이 주로 이뤄졌다.

소방당국 등은 이번 화재가 건물 지하 2층에서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 내부 곳곳에서 우레탄 작업이 이뤄져 발생한 유증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화원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것이다.

우레탄은 단열성능 효과가 탁월하고 가공성이나 시공성, 접착성 등이 우수해 냉동창고의 단열재나 경량구조재, 완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우레탄을 창고 벽면 등에 주입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우레탄은 주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서로 분해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최고 20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으며 유증기를 발생한다.

현재까지는 용접·용단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이 유증기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용접·용단작업 중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데다 이번 참사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에서 용접작업이 이뤄졌다는 일부 근로자 진술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작업 등 다른 요인도 배제할 수 없어 이번 감식은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을 중심으로 유증기에 불을 붙인 원인 규명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하 2층 바닥에 화재 잔해물이 많이 쌓여있어 감식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 때문에 경찰 등은 다음 달 1일 2차 감식을 벌이기로 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감식도 진행할 계획이다.

정요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감식의 주목적은 발화 원인을 밝히는 것"이라며 "내일 2차 감식을 해봐야 판단할 수 있지만 3차, 4차 감식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 1층에도 화재 잔해물이 잔뜩 쌓여있어 지하 2층 내부 상황을 짐작게 했다.

엿가락처럼 휜 내부 철골과 너덜너덜해진 벽면은 화재 당시 건물을 뒤덮은 불길의 세기를 가늠케 했다.

12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건축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화재 이후 시공사 등의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모두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특히 시공사 등의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날 오후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 감리업체, 설계업체까지 모두 4개 업체를 상대로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설계도면 등 관련 서류를 비교·분석해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안전조치 위반사항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에게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은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 명백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