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사회초년생도 적지 않아…아버지·아들 함께 희생도"

엄태준 이천시장, 유족에 무릎 꿇고 사과…합동분향소 설치

(이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우리 아들은 자기 일 마치고 다른 사람 도와주러 다시 들어간 10분 사이에 나오지 못하고 결국…이게 말이나 되나요?"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는 30일에도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과 행정당국의 사망자 신원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엄태준 이천시장을 보고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

일부 유가족들은 "내 아들 죽는 동안 뭐 한 거야", "애가 너무 어린데 어떻게 할 거예요", "살아서 할 것도 많은데 이제 어떡하냐"라며 엄 시장을 붙잡거나 주저앉아 통곡했다.

체육관에 있던 김모(68) 씨는 "50대 동생과 20대 조카가 이 현장에서 동시에 목숨을 잃었다"며 "집안 살림을 보태려 일찍이 일터에 나선 착한 아이였는데 얼굴을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됐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이어 "건물 안에 유증기가 쌓여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는 데 이렇게 큰 건설 현장이 어떻게 그렇게 부실하게 운영됐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책임자를 찾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망자 중에는 이제 막 사회 활동을 시작한 20∼30대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는 한 어머니는 "한창나이에 다른 애들처럼 놀러 다니지도 않고 일부터 배우겠다던 어른스러운 아이"였다며 "그런 착한 아들을 이젠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엄 시장은 이날 오전 유족들이 밤사이 머문 재난구호 쉘터를 찾아 일일이 무릎을 꿇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유가족분들께 아픔을 드려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 점검을 통해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죄의 뜻을 표했다.

이어 "모두 함께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피해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분향소(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전담 인원을 배치해 유족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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