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검찰 간부 통화녹음 확보 여부 변수…MBC 상대 수사도 진행될 전망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핵심 증거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채널A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 28일부터 2박 3일간 채널A 광화문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가 30일 오전 2시50분께 철수했다.

검찰은 채널A의 협조로 일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 뒤 추후 제출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라젠 취재를 담당한 채널A 기자의 주거지 등 5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압수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자 소환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채널A 측에서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핵심 물증인 이 기자와 검찰 고위 관계자의 통화녹음 파일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통화녹음은 이번 의혹을 풀어낼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지모(55)씨 등은 채널A 이모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 유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통화를 나눴으며 해당 관계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A 검사장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수사의 핵심은 검찰이 해당 녹음 파일을 확보해 이 기자와 A 검사장과 통화를 나눈 게 맞는지, 부적절한 통화 내용이 있었는지 등을 가려내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에는 이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채널A 측은 지난 20일 이 기자 및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만 대검 인권부에 제출했고, 대검은 이 녹음 파일을 포함해 진상조사 관련 자료 일체를 수사팀에 넘겼다.

그러나 이 녹음 파일과 관련한 녹취록이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문이 공개됐기 때문에 핵심 증거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은 이 기자 및 채널A 측이 녹음 파일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다만 MBC가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지난달 31일 이후 한 달이나 시간이 흘렀고, 이번 수사에 앞서 대검 진상조사 당시 자료가 원활하게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은 변수다. 주요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를 통해 의혹의 진위를 가릴 주요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진상 규명에 난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는 채널A 기자의 취재행위를 둘러싼 증거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둔 모양새다.

MBC에 검언유착 의혹을 알린 지씨의 제보 신빙성, 지씨의 후속 제보를 토대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신라젠 투자 의혹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최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 등은 이번 수사의 또 다른 갈래다.

검찰은 채널A와 함께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MBC를 채널A 관련 사건인 '강요미수 사건'의 참고인으로만 영장에 기재했기 때문에 법원이 발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논란이 일자 윤석열 총장은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며 균형 있는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MBC 보도를 문제 삼은 최 전 부총리의 고소 사건 등을 처리하기 위한 증거 수집에도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한차례 기각되기는 했지만 MBC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 앞서 진상조사 업무를 맡았던 대검 인권부는 MBC 측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이번 의혹 보도와 관련된 자료 제출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MBC 보도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 외의 자료는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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