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 배척하던 민주, 문대통령 통화 등 기류 변화

미래한국,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 추진…수임기구 구성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슬기 기자 =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합당 합의로 21대 총선에서 등장한 비례정당들의 향배가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긋기에도 한 뿌리로 여겨지는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에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통합당과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 열린민주, 민주당과 일단 연대

민주당으로부터 총선 기간 노골적으로 배척당한 열린민주당은 일단 민주당과 느슨한 연대를 기본으로 장기적 합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열린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통합론이 힘을 받을 기세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지나치게 상세하게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공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 대표는 청와대와 상의한 뒤 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보면 '통합하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합쳐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최강욱 대표는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통화를 계기로 불거지는 통합론에 대해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열린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열린민주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당내에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합당 불가'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책연대는 언제든 열려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 미래한국,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

당무에 복귀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합당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합당을 결의하고, 한국당은 오는 19일 전당대회를 거쳐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전대에서 당헌을 고쳐 원 대표의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대로 이달 29일 대표 임기가 만료될 경우 합당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합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키겠다며 독자노선론에 선을 그어왔다. 한국당 창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설 '정당방위'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원내교섭단체로 남아 상임위원장 배정이나 교섭단체 지위와 국고보조금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원 대표는 "그것을 탐낸 적은 1분1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당이 국민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이날 두 당의 조속한 합당 결의로 불가능해졌다. 별도 원내교섭단체를 통한 여당 견제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만큼, 통합당은 103석 의석으로 민주당과의 각종 협상 줄다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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