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국회 답변서, 비서실장 작품 아냐…재판받는 것 부끄럽고 국민에 죄송"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식 등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4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실장의 허위공문서작성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세월호 사고 때 전 정부 청와대가 부실 대응을 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피고인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기춘 피고인은 국회에 답변서를 보낼 때 직접 본인이 결재했다"며 "밑에서 한 것이 아닌 피고인이 직접 한 것으로, 직관적인 범죄라 피고인을 기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원심은 객관적인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착오이거나 범의(범죄 의도)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정말 이들에게 범의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없었다 해도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지 재판부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최후 변론에서 "(국회에 보낸 답변서는) 비서실장의 작품이 아니다"며 "비서실에서는 서면보고만 했기 때문에 유무선 보고를 했다고 한 것은 아마 안보실 행정관과 비서실 행정관들이 서로 의논한 것을 합쳐 답변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던 자가 법정에 서서 피고인의 모습으로 심판받게 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민에게도 죄송하다"며 "오랜 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부정부패를 가까이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고 성실하게 보냈다고 생각하고, 건강도 좋지 않으니 부디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간청했다.

김장수 전 실장은 "나를 포함한 안보실 직원 누구도 사실을 왜곡해 보고하거나 범죄를 공모한 적 없다"며 "재임 기간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에 내 잘못이 있다면 내 부덕과 불찰 때문이나, 이번 재판과 관련된 사실관계에 관해서는 일체 거짓이 없었다"고 변론했다.

김관진 전 실장도 "내가 부임할 당시 세월호 사건은 이미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고, 지침을 수정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며 "당시 안보실 모든 요원이 불철주야 긴장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했으나 실무진에서 미숙한 행정처리가 한계를 넘었다면 상관인 내 책임인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국회에 낸 서면 답변은 허위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유죄"라며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는 각각 허위라는 인식이 부족했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bookman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