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상대로 나란히 등판해 다른 성적표
스윙이나 땅볼 유도 등 명확한 목표 설정

KIA 에이스 양현종과 새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최강팀 두산을 상대로 릴레이 선발등판 해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관건은 제구와 타이밍이다.
브룩스는 지난 1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내주고 5실점했다. 삼진도 7개를 잡아냈고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지만, 제구 난조에 발목을 잡혔다. 전날 에이스 양현종이 절정의 완급조절 능력을 앞세워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아쉬움이 남았다. 선발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하려면 더 정확한 커맨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브룩스는 이날 5.1이닝 동안 97개를 던졌다. 최고구속은 154㎞까지 측정돼 강속구 투수로 정평이 난 두산 라울 알칸타라(156㎞)와 견줘도 손색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BO리그 데뷔후 세 경기에서 18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은 점도 강점이다. 포심과 투심 외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KBO리그 데뷔전인 6일 광주 키움전에서 5.2이닝 1실점,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해 지난 2017년 양현종과 동반 20승을 따낸 헥터 노에시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프로치 부분에서는 KBO리그 최고로 꼽히는 두산 타선은 그래서 브룩스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로 보였다. 낯선 타자를 상대로 1회부터 위기를 맞았지만 효율적인 땅볼 유도로 위기를 막아내 기대를 충족하는 듯 했다. 1회 무사 1, 3루에서 한 점, 2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해 '역시'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4회초 2사 후 김재호와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로 1점, 5회초 1사 2 ,3루에서 오재일에게 우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할 때에는 KBO리그에서 구종과 코스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체인지업과 커브, 투심 패스트볼 등은 타자 허리보다 높게 형성되면 난타당할 수밖에 없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 타자들은 원 타이밍에 스윙을 해야 하는데, 밋밋한 브레이킹 볼이 높게 날아들면 스윙 궤도에 걸려 안타가 된다. 스윙을 유도할 것인지, 땅볼로 잡아낼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세밀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 KBO리그 타자들은 지난해 저반발 공인구 시대를 맞아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등의 노력을 겨우내 했다. 홈런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데, 동시에 삼진도 많이 늘어나 '히팅 포인트의 명과 암'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