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사태'가 발생한지 만 이틀만에 상벌위원회 개최 결정이 어렵사리 나왔지만 정작 회의는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됐다. 축구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된 만큼 이번 사태를 매듭짓는 상벌위원회 관련 절차가 보다 투명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문제의 경기가 열렸던 지난 17일 오후 늦게부터 축구계는 '리얼돌 사태'로 도배가 되다시피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은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다면 상벌위원회 회부와 개최 여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됐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상적으로 주말(금~일요일)에 경기가 소화되면 다음주 초에 곧바로 해당 라운드 경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이나 사건이 있다면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곧바로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공론화 된 뒤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데만 46시간이 걸렸다. 프로연맹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뒤 자체적으로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상벌위원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서에는 해당 사건의 징계 가능 여부가 주요 내용이었다. 연맹은 상벌위원장에게 질의서를 보낸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징계가 가능한 사안이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게다가 모든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상벌위원회를 최대한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개최한 점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프로연맹은 상벌위원회 개최 결정을 한 지 20시간만에 '긴급'이라는 표현을 붙여 기습적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전날 상벌위원회 개최 결정 직후 연맹 관계자는 "위원들이 각자 직업이 있어서 모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을 맞춰서 이번주 안에는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맹은 20일 오후 2시 긴급 상벌위원회를 개최했고, 2시간여가 훌쩍 지난 시점에 기자단에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 1시간 30분 후 상벌위원회 결과 관련 브리핑을 실시한다고 전달했다.
이례적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은 그동안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상벌위원회 개최 일시를 예고해왔다.
2014년 당시 성남FC 구단주였던 이재명 시장(현 경기도 지사)의 K리그 명예훼손 논란, 2015년 경남 심판 매수 사건, 2016년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 지난해 경남의 경기장 내 선거유세 등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서는 결과에 관계없이 상벌위원회를 투명하게 진행해왔다.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개최 전 분위기를 스케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날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상벌위원회가 열렸고, 결과 브리핑도 상벌위원장이 아니라 회의에 참석했던 홍보팀장이 맡았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벗어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보니 축구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도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