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세계 1위 박성현-고진영
현대카드 슈퍼매치 스킨스 대결
마지막까지 역전 거듭, 함께 웃어
나란히 상금 5000만원씩 기부

세계 톱 랭커가 펼치는 매치플레이 다웠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일진 일퇴 공방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경기전 "똑같이 상금을 나눠갖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으더니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뤄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박성현(27.이상 솔레어)은 24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이벤트 경기인 현대카드 슈퍼매치로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나란히 데뷔해 통산 10승씩을 거머쥔 전현직 세계랭킹 1위의 일대 일 매치라는 점에서 전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날 대회 총상금은 1억원으로, 홀별 상금을 획득하는 스킨스 게임 형태로 치렀다. 왕성한 기부활동을 전개 중인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획득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진영은 "코로나19 탓에 일자리를 잃은 장애인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밀알복지재단을 기부처로 정했다. 박성현은 "매년 기부를 하던 곳이기도 하고, 팬 중에 내 생일마다 기부하는 분이 계셔서 큰 영감을 받았다"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를 기부처로 전했다.
좋은 일에 쓰기 위해 개최한 대회라 불꽃튀는 접전으로 전개됐다. 한치의 양보없는 경기는 경기 중반까지는 고진영의 '멘탈'이 박성현의 '장타'를 압도하는 듯 했다. 고진영은 경기전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상금을 차곡차곡 쌓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2번홀 무승부로 2개홀 상금(총 400만원)이 걸린 3번홀에서 파세이브로 상금을 따내더니 4번 5번홀을 잇따라 이겨 먼저 치고 나갔다. 그러나 박성현도 6번홀부터 8번홀까지 우세를 보여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 마지막홀인 9번홀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해 우열을 가리지 못한채 후반으로 접어 들었다.
후반에는 엎치락 뒤치락 접전이 이어졌다. 고진영이 10번홀에서 먼저 버디에 성공해 9번홀 상금까지 800만원을 독식했다. 11번홀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자 박성현이 12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 '찬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찬스는 상금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빅홀인데, 이 홀에서도 나란히 파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상금 2400만원짜리로 열린 13번홀에서 박성현의 버티퍼트가 한 뼘 모자라 4m 남짓 버디 퍼트를 성공한 고진영이 누적상금 4000만원을 기록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진영의 압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성현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14번, 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기세를 올린 박성현은 16번홀 무승부에 고진영이 '찬스' 카드를 꺼내든 17번홀에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2600만원이 걸린 17번홀에서 박성현은 약 5m가량 내리막 버디퍼트를 자로 잰 듯이 홀컵에 떨어뜨려 누적상금 5000만원에 먼저 도달했다. 티샷이 핀 오른쪽에 떨어진 고진영은 과감하게 버디를 노렸지만 홀컵 우측으로 공 하나 정도 흘러 승리 굳히기에 실패했다. 박성현은 "전, 후반 상금 배분이 다르게 돼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마지막홀을 남기고 바람을 이뤄냈다. 총 상금의 절반을 먼저 획득한 박성현은 18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핀을 크게 못미쳤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고진영이 버디퍼트를 성공해 치열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결과보다 기부처에 줄 수 있는 상금에 더 신경을 쓴 고진영과 박성현은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환한 미소로 4시간 15분여 간 사투를 펼친 서로를 격려했다.

영종도 |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