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망 시위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뿌리깊은 미 인종차별 치부 드러내"
LA에서도 시위 격화...경찰차 불태우고 상점·차량 방화 및 약탈 등 사태 악화

<뉴스 포커스>
1992년 4.29 폭동 겪은 LA한인사회 우려 속 대응 방안 모색
한인회 로라 전 회장, "인종차별 패악 근절 개혁 필요, 평화적 시위로 한 목소리 내야"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가 지난 주말 사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며 이로 인해 LA한인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전국적 시위 사태로 커지게 된 것에는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 속에 흑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한 생명이 결국 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일차적 원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번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어져 온 잇따른 흑인 사망 등 여러 사건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백인 우월주의 문화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축이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받는 흑인층의 분노가 더 거세게 타오르는 양상이다.

이번 시위는 지난 25일 편의점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인근에 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경찰관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8분 넘게 짓누르면서 숨 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람들이 분노했고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시위는 들불처럼 빠르게 각지로 번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플로이드가 말한 "숨을 쉴 수 없다"는 발언을 함께 외치고 소셜미디어에서 동참을 촉구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주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LA에서도 시위가 격화하면서 경찰 순찰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차량 등에 대한 공격과 방화·약탈 등 폭력과 유혈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LA시는 30일과 31일 각각 오후 8시~익일 오전5시30분, 오후6시~익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curfew)를 발동하고 주 방위군 투입을 요청하는 등 소요사태가 폭동으로 진전되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2년 LA폭동을 경험한 LA 한인사회는 두 번 다시 그러한 아픔을 겪을 수 없기에 LA한인회, LA총영사관 등이 협력해 한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며 관련 당국의 통제에 적극 따를 것을 당부했다.

LA한인회의 로라 전 회장은 "지난 1992년 4.29 폭동의 상처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당시 이어지는 폭동으로 약탈되고 불타버려 잿더미나 다름없던 한인타운의 모습을 아직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LA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항의시위와 소요사태, 그리고 혹시나 하던 약탈과 방화 등의 범죄를 보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지난 폭동처럼 이어질까 큰 우려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인회는 사태추이를 파악하고, 한인타운에 피해가 없도록 에릭 가세티 LA시장을 비롯해, LAPD, 허브 웨슨 시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과 시시각각 연락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타운내 일부 상점들에 대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어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며 한인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사망과 같은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되고 이러한 패악 근절을 위해 과감한 개혁 및 뿌리 깊은 인종차별 종식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야 한다"며 "하지만, 폭력 및 약탈·방화가 아닌, 대화 및 평화적 시위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LA에서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9일 시위대가 LA 다운타운 시내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유리벽을 깨부수고

내부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

LA 한인타운 내 피해 잇달아

지난 주말 사이 LA 한인타운 내 일부 상점들에 대한 기물 파손 행위가 이어졌지만 방화 및 약탈로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8가와 옥스포드인근 몰 내 2층에 위치한 버라이즌 상점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웨스턴과 윌셔 인근 T-Mobile 상점 기물 파손 현장을 LAPD경관이 순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