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재개를 알린 가운데 손흥민(28.토트넘)이 맨유를 상대로 다시 득점 레이스에 불을 지핀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20일 오전 4시1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9~2020시즌 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맨유를 상대한다. 맨유는 손흥민에게 어린 시절부터 커다란 꿈을 안긴 동경의 팀이다. 축구 선배이자 롤모델인 박지성이 맨유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뛸 때 밤을 지새우며 TV 중계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다. 먼 훗날 박지성 선배처럼 EPL 무대에 뛰겠다는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마침내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해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친 그는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을 통해 EPL에 입성했다. 그리고 토트넘에서 통산 220경기를 뛰며 83골(EPL 51골ㄱ컵대회 15골ㄱ유럽클럽대항전 17골)을 터뜨린 그는 올 시즌 현재까지 4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까지 해내며 톱클래스 공격수로 우뚝 섰다. 다만 손흥민이 이상하리만큼 안풀렸던 상대가 있다. 바로 자신이 동경하던 맨유다. 그것도 독일 시절부터 그랬다. 손흥민이 맨유를 처음 상대한 건 레버쿠젠에서 뛰던 지난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다. 지난 2013년 9월18일 손흥민은 꿈에 그리던 맨유 올드 트래퍼드에 섰다. 팀은 2-4로 졌지만 0-1로 뒤진 후반 9분 동점골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하지만 두 달 뒤 벌어진 조별리그 홈 2차전에서는 선발 70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도 0-5로 대패했다.
그로부터 손흥민에게 맨유 징크스가 따랐다. 토트넘 입성 이후 총 8차례(EPL 7경기.FA컵 1경기) 맨유전에 출전(선발 7회)했는데 공격 포인트를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고, 팀도 3승(5패)을 얻는 데 그쳤다. 마지막으로 이긴 건 지난 2018년 2월1일 홈경기(2-1 승)다. 공식전은 아니지만 손흥민은 지난해 7월 프리시즌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들어가 45분을 뛰었다. 그러나 팀의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독일~잉글랜드를 거치며 10년간 유럽 리그에서 활동한 손흥민은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리버풀,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 리그 내 빅클럽을 상대로 모두 골 맛을 봤다. 그러나 맨유는 통산 10차례 상대하면서 무득점으로 침묵, 고전을 면치 못했다.
'풋볼런던' 등 현지 언론은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맨유전에 손흥민~해리 케인~스티브 베르바인 등 공격 자원을 총출동시키리라고 전망했다. 손흥민은 맨유 징크스 타파 뿐 아니라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올 시즌 현재 EPL에서만 9골(21경기.전 대회 16골)을 기록 중인 그는 4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노린다. 토트넘 입단 두 번째 시즌인 2016~2017시즌 14골을 넣은 손흥민은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나란히 12골씩 터뜨렸다. 올 시즌에도 지난 2월16일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5경기 연속골로 기세를 올렸는데,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한동안 실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사이 수술과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기초군사훈련까지 소화한 손흥민은 다시 팀의 구세주로 뛸 때다. 리그 8위(승점 41)로 밀려난 토트넘은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4위 첼시(승점 48)와 승점 차가 7에 불과하다. 막판 추격을 위해서는 5위 맨유(승점 45)부터 넘어야 한다.
한편, 맨유전을 이틀 앞둔 18일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주력인 케인을 비롯해 손흥민. 델레 알리를 절대 (타 팀에)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케인은 공개적으로 이적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손흥민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설이 불거졌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