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2차례 참전한 퇴역 해군 찰스 마우드씨 '부모님 전 상서' 6.25 맞춰 출간

<뉴스 포커스>

함상 생활하면서 매일 부모님과 아내에게 그리움 전해
부모님이 간직하다 세상 뜨기 전 아들에게 다시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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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한인 여성 "원고 정리해서 책 만들자" 앞장서
"전쟁터에서 이겨내도록 온 가족 격려하는 상황잘 묘사"

<해군 복무시절 찰스 마우드씨> <찰스 마우드씨가 한국전 당시 쓴 편지>

한국전에 해군으로 참전한 미국의 퇴역 군인이 전쟁터에서 부모님에게 매일같이 보냈던 편지들을 한인의 도움을 받아 책으로 출간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사는 올해 90세의 찰스 마우드는 고교 졸업 직후인 1948년 7월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전기 관련 정비병으로 일하며 이탈리아와 터키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6·25가 터지자 한국전에 두 차례 참전했다.
1950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항공모함 시실리, 또 51년 6월부터 52년 6월까지 해군전함 주피터에 배속돼 그렇게 18개월을 전장에서 보냈다. 37개월에 걸친 한국전의 절반을 참전한 셈이다.
마우드는 한국전 참전 사이인 1951년 2월에는 조앤과 결혼한 만큼 신혼의 단꿈에 빠졌어야 할 시기에 이름도 잘 몰랐던 한국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떨어져 지냈다.
그는 아내와 부모님에게 거의 매일 편지를 썼다.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에서부터 전쟁터에서 보고 느낀 사소한 일상사까지 담았다. 편지는 홀로 떨어진 자신을 버티게 한 힘이자 가족과 이어준 소중한 끈이었던 셈이다.
한국전 참전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인 52년 7월, 4년의 군 복무를 끝냈다. 이어 피츠버그의 한 철강회사에 취직해 1남 1녀를 키우며 군인이 아닌 일반인의 삶을 살았다. 그에게서 한국전의 기억도 그렇게 차츰 잊혔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80대 중반의 노인이 된 2016년, 마우드는 피츠버그에 살던 한인 조미란 씨를 만났다.
지적 장애인 돕는 비영리단체 엠마오에서 일하는 조씨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전 참전용사 모임을 통해 마우드를 알게 됐다.
40년 전 미국으로 유학 온 59세의 조씨는 고령의 참전용사들이 지역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힘겹게 청소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매주 이 기념비를 청소하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마우드가 6·25 때 쓴 편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출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마우드의 부모님은 전장에서온 편지를 한 통 한 통 소중하게 보관해왔고 세상을 뜨기 전 이를 아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님이 모아뒀다 전해준 편지만 400통에 달했다.
조씨는 필기체로 돼 있는 편지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일이 인쇄체로 옮겼고, 최근에야 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책은 6월 25일 전후로 나온다. 조씨와 마우드는 일단 500권을 인쇄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원가로 판매하고 도서관이나 학교에도 기증할 예정이다. 출판기념회는 종전일인 7월 27일께로 예상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개최 여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우드는 "한국전 때 한국 땅을 한 번밖에 밟아보지 못해 당시 한국의 실상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2년 전 지인이 선물한 한국 관련 책을 봤는데 한국이 미국보다 찬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뿌듯해했다.
조씨는 "편지를 보면 한 사람이 전쟁터에서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도록 온 가족과 이웃이 모두 기도하고 격려하는 상황이 잘 나와 있다"며 "한 청년이 군 복무를 잘 할 수 있게 한 힘이 편지에 있음을 알리고, 청소년들이 가족과 친구, 이웃, 장병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일을 권하고 싶어 출판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3월 말부터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40여명을 모아 한국전 참전용사는 물론 장애인, 노인에게 손편지를 주고받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