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90대 노인 사례…"고령·지병으로 정확한 검체 확보 어려웠을수도"

"개인별 바이러스 증식 속도도 차이"…"바이러스 증식 전 검사 사례 많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한 요양원에 입소 중이던 90대 노인이 8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9번째 검사에서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게 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따르면 이달 18일 주안동 한 요양원 입소자 A(98·여)씨가 9번째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9일 해당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B(53·여)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요양원에서 다른 입소자들과 함께 계속 격리 중이었다.

그는 격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이달 중순까지 총 8차례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요양원에서 함께 격리 중이던 다른 입소자 C(75·여)씨가 이달 9일 확진된 뒤 접촉자로 분류돼 받은 검사에서도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병을 앓던 A씨가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이달 17일 가천대 길병원으로 옮겨져 9번째 검체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미추홀구 보건소 감염병관리팀 관계자는 "A씨가 자가 격리 기간에도 중간중간 발열 증상을 보였고 접촉자인 C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해 검사를 특히 여러 번 받았다"며 "요양원의 다른 입소자들도 5∼6번 정도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1차 검사가 아닌 2차, 3차, 4차 등 후속 검사에서 뒤늦게 양성 판정이 나온 사례는 전국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 한 학습지 교사 확진자로부터 수업을 들은 8살·12살 형제가 1차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2∼3차 검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서울시 도봉구 한 노인요양시설에서는 1차 검사에서 음성이었다가 2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된 환자가 10명 넘게 발생하기도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아직 발병 전인 잠복기에 검사가 이르게 이뤄졌을 가능성과 검체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뒤늦은 양성 판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진단에 쓰이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경우 제대로 된 검체만 확보하면 99%의 정확도를 보인다"며 "A씨의 경우 고령에 지병을 앓고 있어 가래 검체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상기도(기도 중 상부) 검체 채취도 협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병기 이전 잠복기에 진단 검사를 할 경우 당연히 음성 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확도를 높이려면 검사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숙련된 검사자가 검체 채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인천시 역학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의 접촉자들에 대한 1차 검사가 매우 초기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즉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서 충분히 증식하기 전 검사를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면역 반응이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바이러스 증식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A씨 사례의 경우 나이나 복용 약물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