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KBO리그 공식 복귀전을 치른 오승환(삼성)은 약 한 달 후인 4일 LG전에서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믿었던 '끝판왕'이 흔들렸지만 선수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사 만루에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진 오승환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결국 삼성은 연장 12회말 집중력을 발휘해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른바 '오승환 효과'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오승환의 합류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시너지를 냈다. 선수들은 저마다 "오승환 선배가 합류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일을 주름잡고 돌아온 '끝판왕'은 존재만으로 동료들의 승리 의지를 드높였다. 타자들은 오승환을 믿고 경기 후반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줬고, 오승환도 녹슬지 않은 투구로 동료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서로간의 굳건한 신뢰 형성은 어느 한쪽이 흔들렸을 때 다같이 무너지지 않는 힘을 만들었다. 오승환의 블론세이브 이후에도 삼성이 기어코 끝내기 승리를 만든 원동력이다. 현역 때 오승환과 필승조를 이뤄 왕조의 일원으로 활약한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는 '오승환 효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 코치는 "오승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후배 선수들에게는 그 자체로 귀감이 된다. 코칭스태프의 말 백마디보다 행동으로 한 번 보여주는 게 낫다. 후배 선수들도 오승환이 훈련하는 걸 지근거리에서 보면서 많은 걸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미.일을 주름잡은 오승환의 축적된 경험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한 오승환은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노하우를 전수하고, 후배 선수들도 거리낌없이 오승환에게 질문을 던진다. 허물없는 관계는 선수단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만들어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오승환은 선참 대접을 받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올시즌 예상 밖 선전을 보여주는 삼성의 원동력이 선.후배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이라는 걸 잘 알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후배 선수들은 오승환의 노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자극을 받는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뎁스 강화로 연결됐다. 올해 삼성에서 투타 가리지 않고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요인이다. 오승환이 삼성에 전파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거대하다.

서장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