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현역 중 5번째로 '300홈런'
KBO 최고 기록은 '467개의 이승엽'
167개 차이로 따라잡기 쉽지 않지만
'홈런왕'은 1번만 더하면, 역대 최다

'국민타자' 이승엽(44.은퇴)이 걸어왔던 길은 여전히 후배들이 뒤따른다. 그중 박병호(34.키움)가 올 시즌 새길을 트려 한다.
지난 4일까지 '개인 통산 300홈런'을 넘긴 현역 선수는 최정(SK.346개), 이대호(롯데.321개), 김태균(한화.311개), 최형우(KIA.311개)까지 4명이었다. 이튿날 후발주자 박병호가 마침내 5번째 주인공이 됐다. 5일 수원 KT전에서 5회 투런포를 때려내며 마지막 한 개를 채웠다. 이로써 이승엽의 이름이 또 한 번 소환됐다. 2017년 자신의 은퇴경기에서도 홈런을 터뜨리면 현역 커리어를 467홈런으로 마무리했고, 이는 여전히 KBO리그 역대 홈런 1위 대기록으로 남았다.
박병호가 이 부문에서 이승엽을 넘어서기 위해선 167개 이상 홈런을 터뜨려야 한다.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따라잡기엔 만만치 않은 차이다. 41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이승엽을 기준으로 보면 박병호에게는 약 8년의 세월이 더 남았다. 거칠게 계산하면 매시즌 21개 이상을 넘겨야 168홈런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물론 더 희망적인 가정을 할 수도 있다. 넥센(현 키움) 이적 이듬해부터 장타력이 터진 박병호는 2012년부터 적어도 시즌 30홈런 이상을 6시즌 내내 기록했다. 올해도 30개는 채운다고 생각하면 5시즌 후엔 고지가 눈앞으로 다가온다.그러나 올 시즌을 끝으로 당장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최다 홈런왕'이다.
2012년 31홈런으로 생애 처음 홈런왕이 된 박병호는 이후 4년 내내 시즌 홈런 개수를 늘려가며 타이틀을 방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2018년(43개)에는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끝에 1개 차이로 김재환(두산)에게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지난해 반발계수가 저하된 공인구로 여러 거포가 고전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30개를 넘기며 타이틀을 되찾았다. 5번째 홈런왕을 차지하며 이승엽과 동률을 이뤘다. 이승엽은 1997년(32홈런), 1999년(54홈런), 2001년(39홈런), 2002년(47홈런), 2003년(56홈런)으로 최다 기록 보유자였다.
6일 현재 박병호는 시즌 14홈런으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선두는 KT의 외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19개)가 차지하고 있지만,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 사정권에 둘 수 있다. 한때 타율이 1할까지 내려갈 정도로 초반 슬럼프가 심각했지만, 6월 부상자명단(IL)에 오르내린 뒤 치른 14경기에서 7개를 몰아치며 페이스가 최고조다. 몰아치기에도 능한 데다가, 소속팀의 3번 타자 이정후 역시 커리어하이 시즌을 치르고 있어 타석에서의 기회도 많이 돌아오는 편이다.
현역 시절 이승엽은 400홈런을 기록한 경기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박병호를 직접 꼽았다. 이제 박병호는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새로운 홈런 시대를 정조준한다.

이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