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경을 넘어선 코리안 에이스들이 'K-방역' 선봉장에 선다.
메이저리그가 '섬머 캠프'로 7월 개막을 본격 준비한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무국이 스프링캠프 폐쇄 결정을 내린 지 약 4개월 만이다. 다만 소집 직전 시행한 리그 전수 조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6명(선수 58명, 스태프 8명)은 참가하지 못했다. 올 시즌 새로운 팀에서 새출발하는 코리안 에이스 둘은 모두 무탈히 연고지에 입성해 팀 훈련을 진행 중이다. 류현진(33.토론토)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그간 내내 미국에 머무르고도 음성 판정을 받았고, 현재 라이브 피칭(타자를 세워 놓고 실제 경기와 비슷하게 실시하는 투구 훈련)까지 진행했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피칭을 했다. 캐나다 언론 스포츠넷 캐나다는 '류현진이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며 약간의 PFP(투수 수비 훈련)도 소화했다'며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류현진은 구단 관계자들이 그물망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비교적 가볍게 공을 뿌렸다. 타자의 방망이에 빗맞아 땅볼이 된 타구가 정면으로 다가오자 빠르게 글러브를 댔고, 한번 더듬은 뒤 맨손으로 잡아 1루로 송구했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경쾌했다.
시즌 준비를 재개한 토론토 선수단은 캐나다가 국경을 폐쇄한 탓에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우선 모였다. 다행히 정부 허가가 떨어져 지난 6일 구단 전세기를 통해 토론토로 향했다. 캐나다 지역 언론 '토론토 선'은 지난 7일 '출발 직전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한 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여 밀접 접촉자까지 10여명의 선수가 승선하지 못했다'고 전해 류현진에게 불똥이 튀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더구나 구단이 명단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구심이 커졌지만, 사건 당일 류현진이 SNS를 통해 직접 찍은 구장과 라커룸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무사 입성을 알렸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토론토는 탬파베이 원정을 위해 트로피카나 필드로 떠난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에이스'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출격할 예정이다.
김광현은 사흘 앞서 홈 구장 부시스타디움 마운드를 밟았다. 지난 6일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며 야디에르 몰리나, 맷 카팬터 등 주축 타자들을 상대로 3이닝 동안 구위를 점검했다. 애덤 웨인라이트, 존 갠트와 함께 팀 투수 중 가장 먼저 일정을 마치며 지난 3개월간의 착실한 준비 과정을 증명했다. 마침 지난 3월 스프링캠프 당시 김광현과 경쟁했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팀 합류가 늦어지면서 5선발 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지인 하나 없는 미국 땅에서 사실상 고립된 채 생활했다. 3월은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개인 훈련을 했으나, 4월엔 연고지인 세인트루이스로 거처를 옮겨 개막을 기다렸다. 한국에선 이용하지 않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한테만 불행한 것 같은 시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수없이 되뇌어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구단 고위층과 임시 귀국을 타진한 바 있다. 김광현은 9일 현지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아주 외로웠다. 이를 견딘 경험이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 교훈이 될 것"이라며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캐치볼 파트너가 돼준 웨인라이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도전자' 김광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김광현에 대한 팀의 신뢰는 더 두터워졌다. 웨인라이트는 한 인간으로서의 김광현에게 매료됐다고 말했고,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 김광현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김광현은 "몇 차례 함께 훈련한 뒤 웨인라이트의 자녀들과도 친해졌다. 내년 백신이 개발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기대했다.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