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세이브 해냈지만 ML 연착륙 평정심에 달려

'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심리상태가 표정으로 드러나는 편이다. KBO리그 SK에서 활약할 때에도 기쁨과 아쉬움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 팬들에게 '표정부자'로 불렸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 데뷔 무대에서는 천신만고 끝에 팀 승리를 지킨 뒤에서야 다른 표정을 지었다. 마운드에 오른 순간부터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지난 25일(한국시간) 홈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2안타 2실점(1자책) 끝에 세이브를 따냈다. ML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따낸 한국인 투수는 1999년 3월 30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김병현(당시 애리조나)이 기록한 뒤 21년 만에 처음이다.
살 떨리는 ML 데뷔전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개막전에서 그것도 낯선 마무리로 치러냈으니 김광현의 표정이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며 ML 데뷔 무대가 아쉬움투성이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26일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마무리로 나선 경험이 많지 않아 긴장했다"며 "매 경기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신만고 끝에 세이브를 따낸 '루키'에게 팀 동료들은 축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광현은 "경기 후 샤워실에서 선수들이 생수와 음료를 내게 부었다. 귀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도 "확실한 건, 깔끔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김광현에게 마무리 보직은 낯설다. 2007년 SK에서 데뷔해 거의 모든 시즌을 선발로만 뛰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우승 순간을 장식하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기억은 있지만, 정규시즌 출발을 마무리로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심지어 고졸(안산공고) 신인 시절인 2007년에도 선발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루틴도 바꿔야 하고 첫 타자를 상대하는 호흡도 변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진 터라 시즌 준비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장과 소통법, 심지어 공인구 등 모든 환경이 변한 상태라 일정 수준 이상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이 '스마일 K' 위용을 되찾으려면 전매특허인 미소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좋을 때든 아니든 기분 좋은 미소로 평정심을 회복하던 김광현이 ML에서도 이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행히 26일 경기는 세인트루이스가 피츠버그를 9-1로 완벽히 제압한 덕분에 더그아웃 분위기를 익힐 시간을 벌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