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이후 5년 만에 스위치 히터로 출전
올시즌 앞두고 시범경기서 종종 우타자로
감독.선수 "투수 훈련 돕기일 뿐" 선 긋기
결국 연막전술… 좌투수 류현진 승부 관심

"그저 스윙했더니 볼이 담장 바깥으로 날아갔다."
표현은 덤덤했지만 보여준 퍼포먼스는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반대편 더그아웃의 류현진(33.토론토)도 깜짝 놀랄 최지만(29.탬파베이)의 홈런이었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토론토와 홈경기에 1번 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1안타가 시즌 첫 홈런이었다. 놀라운 점은 메이저리그(ML) 데뷔 이래 줄곧 좌타석에 섰던 우투좌타 최지만이 우타석에서 때려낸 홈런이라는 것. 지난 2015년 마이너리그 시절과 2016년 시범경기에서 우타자로 나서기는 했지만 정규시즌에서 우타석에 선 것은 처음이다.
상황은 6회 벌어졌다. 그는 0-4로 뒤진 6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타석에 섰다. 검은 마스크로 입을 가린 최지만은 토론토의 두번째 투수 좌완 앤서니 케이의 초구부터 작정한듯 받아쳤다. 가운데로 살짝 몰린 케이의 145㎞짜리 포심패스트볼은 우타자 최지만의 방망이 스윗스폿에 걸리며 좌중간 담장 너머로 향했다. 비거리 131m의 대형홈런이었고 타구 속도는 177㎞에 달했다. 발사각도는 20도였다.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홈런타구였다.
최지만은 이 홈런으로 이전 타석의 아쉬움을 한방에 털어냈다. 그는 1회 첫타석에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 타석엔 삼진 아웃됐다. 최지만은 3회 타석에서도 케이를 상대로 우타석에 섰지만 첫 시도에선 4구째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최지만은 경기 후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우타석 첫 홈런 소감으로 "6회 타석에서 그저 스윙했더니 볼이 담장 바깥으로 날아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좌우타석을 번갈아 시도한 상황에 대해선 "스위치 타격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았다. 우리 팀의 작은 비밀을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에겐 알리지 않고 혼자 간직하고 싶었으며 오늘 느낌이 매우 좋았다"라고 언급했다.
올해 연습경기에서 최지만은 종종 우타자로 타석에 섰는데 그때만 해도 "투수 훈련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탬파베이의 케빈 캐시 감독도 "최지만이 정규시즌에서 우타자로 나오는 일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날 우타석 홈런으로 둘의 발언은 연막전술로 드러났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에선 우타석에 54번 등장해 타율 0.296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타 최지만의 최근 공식기록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11월 26일 도미니카 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안타를 때렸다. 그렇다면 올해 ML에서 최지만은 스위티 히터의 모습을 계속 보여줄까. 그는 향후 스위치 히팅에 관해 "잘 모르겠다"라고 확답을 피하면서도 "아마도"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 좌완투수 상대 우타석에 종종 설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투 양타 최지만이 오른손 타자로도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스위치 타자로의 변신에 더 긍정적인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플래툰 시스템과의 작별도 의미한다.
최지만의 홈런 이후 그에 대한 후한 평가가 이어졌다. 캐시 감독은 "최지만에게 어느 한쪽으로 치라고 요구하지도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선택하길 바랐다"고 하면서도 "지난 5년간 하지 않던 양쪽 타격을 최지만이 해내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날 경기 10회 연장전에서 2타점 2루타로 팀의 6-5 역전승을 이끈 탬파베이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도 최지만의 활약을 언급했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을 누군가가 해낸다면 그건 바로 최지만"이라고 극찬하며 "그는 많은 재능을 지닌 선수다. 5년 만에 스위치 히터로 나서 홈런을 친 것만으로도 경의를 표한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편 최지만이 양쪽 타석을 모두 사용하면서 토론토의 좌완 에이스 류현진과의 승부도 더욱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