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법안 표결은 불참…토론은 참여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여권의 입법 속도전에 장외투쟁을 고민하던 미래통합당이 일단 원내투쟁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한 여당의 밀어붙이기를 원내에서 저지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협상 판을 뒤엎고 국회 밖으로 나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비대위 회의 후 장외 투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며 "최종적 수단이 장외투쟁인 건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가 아닌 바깥에서의 활동도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장외투쟁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비쳐지자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장외 운신의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적지 않다.

김은혜 대변인은 통화에서 "야당이 마냥 광화문으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나가는 것을 국민이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국회 내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오히려 여당을 부끄럽게 만들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토론과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다만 여당의 찬성토론과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저는 임차인"이라는 말로 자유발언을 시작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오늘 통과된 법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4년 있다 꼼짝없이 월세로 가겠구나 생각했다"고 세입자로서의 심정을 토로했다.

통합당은 전날 정책위에서 '서울 주택 100만호 공급' 방안을 내놨다.

이날엔 부동산정상화특위가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안을 논의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송석준 의원은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과 다름없다"며 "민간임대 공급을 크게 위축시켜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당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체육인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고(故)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민주당과 합의해 의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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