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앞세워 영업익 8조원대…가전 1위 LG는 5천억원 육박

TV·폰 코로나 충격 예상보다 덜해…3분기 불확실성은 가중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깨고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 최대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 8조원대를, LG전자 역시 전망치를 웃도는 5천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특수를 본 반도체가, LG전자는 생활가전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하면서 3분기 실적은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 삼성 반도체 코로나 특수…스마트폰·가전, 디스플레이도 양호

30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23.48% 증가한 8조1천463억원, 매출은 5.63% 감소한 52조9천6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6조4천500억원이었던 1분기보다는 26.35% 증가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컨센서스를 상향조정하긴 했으나, 8조원을 넘는다고 예측한 곳은 없었다.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가 타 부문 실적 악화를 상쇄하는 반도체 효과가 크다. 올해 2분기에는 반도체는 코로나 특수로 굳건했고, 스마트폰과 TV·가전도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나왔다.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4천300억원, 매출은 18조2천300억원으로, 이는 201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서버 D램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비대면(언택트) 수요 확대로 반도체 부문은 탄탄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 모바일(IM) 부문은 영업이익은 1조9천500억원, 매출은 20조7천500억원을 냈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2조6천500억원)보다는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지만 작년 동기(1조5천600억원)보다는 약 4천억원 많은 수준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치를 상회했고, 코로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면서 예상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으로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이 전 분기보다 하락했으나 마케팅비 절감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견조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TV·생활가전 등 CE 부문 역시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받았던 북미, 유럽지역 오프라인 매장이 재개장과 온라인 판매 증가, 프리미엄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7천300억원, 매출 10조1천7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 영향으로 온라인 판촉을 강화해 TV와 생활가전 모두 온라인 판매에서 시장 성장률을 상회했다"며 비대면 판매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2분기 호실적의 또 다른 공신은 디스플레이 부문(DP·삼성디스플레이)이다. 당초 1분기에 이어 적자가 유력하다고 예측됐으나, 일회성 이익(애플 보상금)이 반영되며 3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회사 측은 "DP 부문 중소형 패널의 경우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했으나 일회성 수익 발생으로 전 분기보다 이익이 증가했다"며 "대형 패널은 TV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판매가 확대하며 적자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인수한 하만은 2분기 영업손실이 900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제품의 일부 수요 회복 등으로 전 분기(1천900억원)보다는 적자가 축소했으나, 세계 자동차 업황 악화로 적자가 지속됐다.

◇ LG전자 생활가전 세계 1위…스마트폰 적자 축소 눈길

LG전자는 2분기에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날았고, 특히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적자 폭을 줄여 시장 예상보다 선전했다.

LG전자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천954억원, 매출은 12조8천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이 작년 동기, 전 분기보다는 나빠졌지만 당초 우려에 비해서는 크게 선전했다.

LG전자의 주력인 생활가전(H&A)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천억원 이상 웃도는 6천2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조1천551억원이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건강·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건조기 등 신(新)가전 판매가 늘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생활가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은 영업이익 1천128억원을 냈다. HE 부문 역시 시장 전망치 700억원대를 훨씬 상회했다.

코로나19로 각종 스포츠 행사가 취소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 수요가 위축됐으나, 프리미엄 TV 제품과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이익 감소를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담당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부문은 2분기 영업적자가 2천65억원으로 2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신제품 '벨벳'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적자 폭이 작년 동기, 전 분기보다 줄었다.

또한 매출은 1조3천87억원이었는데, 국내와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는 스마트폰 판매가 전 분기와 비교해 약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자동차 부품(VS) 사업은 완성차 업체 공장가동 중단 등 자동차 시장 불황 여파로 영업손실이 2천25억원이었다.

비즈니스 솔루션(BS)부문은 비대면 IT제품 판매는 늘었으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모듈 등 일부에서 코로나19 타격을 보며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한 영업이익 983억원을 거뒀다.

◇ 코로나 불확실성 확대…3분기 낙관은 불투명

이같은 '깜짝실적'에도 축포를 터뜨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 나오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업계 경쟁도 심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상반기 쌓인 재고 때문에 하반기에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 실적 호황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2분기 흑자전환한 DP 부문 역시 일회성 이익 반영 덕이었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다시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는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로 모바일과 그래픽 수요가 회복세라는 전망 하에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며 "DP 부문은 본격적인 실적 개선 시점이 4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생활가전 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선도적인 위치를 굳히고, TV와 스마트폰 등 타 부문도 시장 상황에 맞춰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도에서 인도·중국 간 갈등 여파로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반사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하반기에 이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는 하반기 서버 D램 가격 하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계절적으로 성수기에 집입하고, 가전·스마트폰도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인도 시장에서 중국 불매운동에 따른 수혜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