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공장서 3명 사망·1명 부상…가평 펜션서 3명 매몰·1명 사망

저수지·하천 범람 우려에 충남 천안·경기 남양주 등지에 대피령

제4호 태풍 '하구핏'에 주요 댐들 물 사전 방류로 수위 조절 '비상'

(전국종합=연합뉴스) 3일(이하 한국시간)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가평에서는 펜션이 토사에 매몰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평택 한 공장에 토사가 덮쳐 근로자 3명이 숨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세종·충남·충북, 강원·경북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충청 북부지역에는 시간당 30∼9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경기 안성 368.5㎜, 충북 단양 303.0㎜, 강원 철원 287.5㎜, 경북 봉화 166.5㎜, 충남 서산 122.8㎜, 서울 111.8㎜ 등이다.

◇ 잇단 산사태에 펜션·공장 매몰…사상자 속출

3일 오전 10시 37분께 경기 가평에서 토사가 무너져 펜션을 덮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펜션에 있던 투숙객들은 무사히 대피했으나 펜션 주인 가족과 직원 등 4명이 실종됐고, 이중 1명이 수색과정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나머지 매몰자 3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나 현장 도로가 유실되고 굴착기 진입이 어려워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오전 10시 27분께 가평군 청평면 한 계곡에서 1명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비슷한 시각 평택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공장의 건물 뒤편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가건물로 지어진 천막을 덮쳤다.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인 낮 12시 30분께 토사에 갇혀있던 근로자 4명을 구조했지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근로자들은 공장 건물 옆에 천막 등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가건물 형태의 작업장에서 작업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오후까지 6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를 고려하면 이번 비로 인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천안 도심 등도 물바다…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

충남 천안은 시간당 50∼80㎜의 폭우로 시내 도로 등 시가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서북구 한 대형마트 앞 도로에 물이 들어차 주민들 발이 묶였고, 일부 도로는 차량 지붕까지 수위가 높아져 꼼짝을 못하고 있다.

동남구 남산전통 중앙시장에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고, KTX 천안아산역 인근과 신동주민센터 인근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10여대가 침수됐다.

쌍용역 주변 도로, 구성동 일대 등 평소 차량 통행이 잦은 주요 도로 역시 물바다로 변했다.

충남 당진에서도 신평면과 우강면을 중심으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됐다.

하천 범람 가능성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도 내려졌다.

천안시는 병천천과 장재천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자 주민 대피령을 내렸고, 아산시도 밀두천 수위가 높아지자 주민들에게 인주중학교와 고지대로 즉시 대피하도록 안내했다.

앞서 세종시도 이날 오후 1시 20분을 기해 소정면 대곡1·2리 주민들을 인근 면사무소와 초등학교로 대피시켰다.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왕숙천 범람이 우려돼 퇴계원면 저지대 96가구 주민 12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이천시에서는 율면 본죽저수지가 일부 파손돼 주민들이 대피했다.

◇ 도로 꺼지고 물에 잠기고…수도권도 물폭탄 피해 속출

서울시내 한강 둔치 곳곳도 물에 잠기면서 한강공원 대다수에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 한강변도 하천이 범람하면서 애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물바다가 됐다.

시민들이 이용하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물에 잠겨 사라졌고 공원 시설물도 일부 물에 떠내려갔다.

서울과 인천에서는 땅 꺼짐 현상도 발생했다.

이날 11시 19분께 인천시 부평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폭 2m, 깊이 1m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주민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했다.

앞서 오전 9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차도에서도 직경 2m, 깊이 1.5m 크기의 땅꺼짐이 생겼다.

소방당국과 구청은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땅꺼짐 발생에 따른 인명피해나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화곡동에서는 15m 길이의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를 막았고, 불광동에서는 소나무가 보행자 도로 쪽으로 쓰러져 긴급 복구작업을 했다.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한 찜질방이 침수돼 119구조대원들이 빗물을 빼내기도 했다.

◇ 중앙선 운행재개…중부지방 댐들 홍수조절 비상

토사가 유입돼 열차 운행이 중단된 중앙선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전 구간 운행을 재개했다.

다만 충북선은 대전에서 충주를 오가는 무궁화호 10개 열차만 운행되고, 충주와 제천 간 열차 운행은 중단된 상태다.

태백선 전 구간과 영동선 영주~동해 구간도 운행이 중단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과 북한강 등 중부지역 댐들도 수위 조절에 비상이 걸렸다.

댐 수위가 계속 오르면서 방류량을 늘리자니 수위 상승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방류를 줄이자니 제4호 태풍 '하구핏'이 몰고 올 많은 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등 북한강 수계 댐들은 전날부터 수문 방류에 나섰다.

북한강 수계 댐 중 가장 상류에 있는 화천댐도 제한 수위(175m)가 임박한 만큼 이날 오후 8시께 올해 첫 수문 방류에 나선다.

화천댐 방류에 맞춰 팔당댐도 초당 1만2천t의 방류량을 1만5천t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초당 1천500t의 물을 방류 중인 충주댐은 방류량을 2천t으로 늘리고, 하류와 기상 상황을 살펴 방류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다.

한강 수계 댐들의 방류량이 늘어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시내 도로 곳곳의 차량 통제 구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청댐도 지난달 23일부터 8년 만에 수문 6개를 모두 열고 댐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대청댐 방류량이 증가하면서 공주를 비롯한 금강 하류 지역 지자체들은 하천 둔치 이용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상학 한종구 유의주 최재훈 최종호 김주환 이재현 홍현기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