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입양아, 35년만에 친부모 ‘화상 상봉’

[월요화제]

펜실베이니아 권영진씨, 코로나19 탓 비대면으로 감격 만남

친어머니 “미안하다 아들아”…아들 “찾아줘서 감사하고 행복”

미국에 입양된 30대 중반 아들과 60대 한국의 친부모가 35년 만에 비대면 화상으로 상봉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만나지도 못하고 직접 대화를 하지 못했어도 혈육을 잇는 데는 ’35년’ 세월과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인 거리도 가로막지 못했다.
주인공은 권영진(미국명 스티브 크노어·35)과 친아버지 권 모 씨와 친어머니 김 모 씨다.
경남 진주시에서 살던 부부는 생활고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부산에 있는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겼다.
이후 부부는 이혼했고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았지만, 미국에 입양 간 아들을 늘 그리워하며 살면서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이혼했어도 부부는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85년 6월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스티브 크노르'라는 이름의 미국인으로 산 아들은 비교적 잘 성장해 대형 체인 레스토랑의 주방 매니저로 일하며 결혼해 자식을 낳아 키우는 가장이 됐다.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친어머니 김 씨는 더 늦기 전에 아들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지난해 3월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문을 두들겼다.
1년 후 아들 권 씨는 한 입양인 지원단체로부터 친부모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은 곧바로 유전자(DNA)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친자 관계임을 확인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부부는 각각 부산과 김해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들이 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와는 13시간의 시차가 있다.
컴퓨터 화면으로 아들의 얼굴이 비치자 친어머니 김 씨는 배석한 통역을 통해 “미안하다”고 잇따라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버지도 “아들아, 아들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화면속에는 미국인 부인과 아이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 머리에 가마가 두 개 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고, 아들은 화면에 머리를 가깝게 대고는 두 개의 가마를 보여주면서 확인시켜줬다.
아들 권 씨는 “과거에 어쩔 수 없었던 부모님의 상황을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부모님께서 저를 그토록 찾고 계셨다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 씨는 “건강하게 성장해 가정을 이룬 아들이 대견스럽다. 남편을 먼저 저세상에 보내고 아들을 키워 준 양어머니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전하면서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아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한 뒤 “그때까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