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등 향한 '검찰 독립성 훼손' 비판 메시지라는 의견 많아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겨냥한 듯 "설득·소통"도 강조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독재' '전체주의' 등 정치색 짙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개혁 압박을 받는 검찰의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동요할 수 있는 '검심(檢心) 잡기' 차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시간 반 전에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찰개혁 등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다소 높았다는 평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이후 한 달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일절 내놓지 않던 윤 총장이 전날 신임검사들에 전한 '당부말씀' 문안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 "민주주의라는 허울 쓴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

윤 총장은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추 장관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추 장관이 지난 1월 윤 총장 측근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에는 수사지휘권 발동 등 검찰총장의 권한을 줄이는 쪽으로 법무행정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담았다는 것이다.

장관과 달리 검찰총장의 임기(2년)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검찰이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인데, 추 장관이 이 같은 독립성을 훼손했음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윤 총장의 발언이 청와대와 여권 등 정치권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

윤 총장은 "선배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의 갈등 상황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윤 총장과 대검 지휘부는 초기부터 이 사건에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검언유착' 의혹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수사팀이 대검의 보강 수사 지시 등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임검사 수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내홍으로 이어졌다.

윤 총장은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해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같은 발언은 대검 등 지휘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상황까지 초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권력형 범죄 당당히 맞서야" "인권의 핵심이 곧 방어권"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앞으로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 성공한 수사의 척도로 여겨져 온 '구속'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 총장은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라며 인권의 핵심이 곧 방어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권 수사 원년'을 강조하며 검찰에 개혁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검은 인권 중심 수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과거 수사 관행 등 개선안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