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샘 오취리가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흑인 얼굴 분장을 한 ‘블랙 페이스’를 비판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 과연 그의 분노가 예민한 것일까.

샘 오취리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웃기지 않습니다”라며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문화를 따라 하는 건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해요?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비판했다.

앞서 2020년 의정부 고등학교의 졸업앨범에는 흑인 얼굴 분장을 한 다섯 명의 고등학생들의 사진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는 가나에서 관을 든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영상을 패러디한 ‘관짝소년단’으로 K팝 스타 ‘방탄소년단’ 이름을 따 ‘관짝소년단’으로 불리는 밈(Meme)이다.

다른 인종이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두꺼운 입술을 과장해 표현하는 것을 ‘블랙 페이스’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들어있다. 흑인에 대한 인종적 고정관념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일어 미국에서는 1960년대 금기시된 바 있다.

아직 국내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낯설다. 미디어에서 블랙 페이스로 인한 인종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KBS2 ‘쇼 비디오자키’에서 개그맨 장두석과 이봉원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왔던 ‘시커먼스’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블랙페이스가 의미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대두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코미디언 홍현희가 SBS 예능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흑인 분장을 하고 나온 것은 논란이 됐다. 점차 인종, 성별 등 소수자를 ‘패러디’하는 유머가 건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 측에서는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패러디에 참여한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밈을 따라한 것일 뿐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진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사회 내에서 소비되는 유머코드는 구성원들이 어떤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지 보여준다. 소수자를 향한 비하발언이나 행위가 유머로 소비되는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

소수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지극히 변태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유머가 주를 이뤘던 영화 ‘조커’의 고담시티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하층민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였다. 영화는 빈부격차를 통한 ‘우월감’과 ‘열등감’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주류에 의해 ‘웃긴 것’이 정의된다.

소수자를 향한 패러디가 ‘유머’로 소비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웃음거리로 만들었을 때 기분나빠도 함께 웃어넘기는 것을 바라고 패러디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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