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된 조각상 파손 50대 男 관광객 신원 확인
울음 터뜨린 아내 시인, 박물관측 "돈은 내야해"

이탈리아

이탈리아 박물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200년 역사의 유명 조각상을 파손<본보 8월5일자 A-6면>한 오스트리아 관광객 신원이 확인됐다.

5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 관광객은 오스트리아 북부 도시 아이스테르스하임에서 온 50세 남성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트레비소 외곽에 있는 안토니오 카노바 박물관에 전시된 조각상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다가 조각상의 발가락을 부러뜨렸다. 파손된 조각상은 1808년께 석고로 제작된 것으로, 19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인 보르게세 가문에 시집온 나폴레옹의 여동생 파올리나 보르게세가 모델이 됐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1757∼1822)가 제작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박물관이 현지 언론에 공개한 실내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면 이 남성은 조각상의 모델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려는 듯 한쪽 팔을 작품 위에 두고 비스듬하게 드러누워 사진을 찍고 일어나다가 작품의 발가락을 부러뜨렸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떨어져 나간 발가락을 제 자리로 옮겼다. 이후 파손 사실을 숨기려는 듯 한동안 조각상 앞을 어슬렁거리다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는 겁을 먹은 것 같다"며 "관리자를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의 아내는 이탈리아 경찰의 연락을 받고선 울음을 터뜨렸고 가해자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시인했다.

박물관 책임자인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해당 남성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에게 복구 비용을 지불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복구 비용 부담과는 별개로 문화유산 파손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