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반목 중인 한일관계와 별개로 일본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굳건히 자리잡으며 애호가 층을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달 4일 일본 넷플릭스 종합 순위는 1, 2위가 모두 한류 콘텐츠다. 1위는 서예지·김수현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 2위는 손예진·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차지했다.

10일 현재는 ‘사랑의 불시착’이 2위를 지키고 있고 ‘이태원 클라쓰’가 5위에 올랐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지난달 중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았느냐”는 야마다 다카오 마이니치신문 특별편집위원의 질문에 “전부 다 봤다”고 답했다고 10일 기명 칼럼에서 밝혔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 극본 작성에 탈북자가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들며 “북한 주민의 생활 풍경, 인간 군상을 진짜처럼 재현한 러브 코미디다. 발상이 참신했다”고 평가했다

한류 붐과 더불어 배우 현빈도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사히 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는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인 현빈의 과거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하이드 지킬, 나’ 등을 분석한 특집을 내기도 했다. 현빈은 또 6월 일본잡지 ‘슈칸아사히’의 표지 모델로 실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야외 활동이 자제되자 일본에서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한류 콘텐츠 붐, 일명 ‘3차 한류’ 붐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황성운 주일본한국문화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북한을 소재로 했고 변하지 않는 사랑,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점이 주목받는 것 같다”라며 “드라마 ‘도깨비’나 ‘겨울연가’에서 표현한 남자 주인공의 변하지 않는 사랑이 일본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주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가 굳고 여성을 잘 도와주는 현빈 캐릭터가 특히 인기있다”면서 “보통 한두 달 정도 지나면 드라마의 순위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장기간 1위를 기록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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