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민권 포기 5800명 '사상 최다'…지난해 전체의 3배 육박 '기록적'

뉴스진단

코로나 부실대응, 인종차별 시위 등 영향
세금 부담도 작용…"트럼프 재선시 폭증"

"미국에 미련 없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한낱 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탓인가 아니면 퇴로가 안 보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일까.

올해 상반기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이 5800명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특히 이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2072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대개 해외에 살면서 시민권을 유지하던 이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시민권 포기를 신청한다. 현재 미국 시민권 보유자 중 국외 거주자는 약 900만명 수준이다.

시민권 포기자 급증은 코로나19 시대 산물 중 하나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국제 이사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인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치관을 재점검하고, 미국사회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굳이 나라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응이나 반(反)인종차별 시위 상황 등을 보면서 미국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단 얘기다. 조사를 진행한 뱀브릿지는 시민권 포기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국 운영이나 정책, 코로나19 대응 등을 보면서 복귀 의지를 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통상 시민권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인 세금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미국 정부에 2350달러를 납부해야 하고, 미국에 머물지 않을 때는 현재 체류하는 국가의 미국대사관에 의무적으로 출석해야한다. 또한 매년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고 외국은행 계좌 현황 등을 자국에 보고해야 한다.

뱀브리지 측은 향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에 반발해 시민권을 포기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뱀브릿지는 "많은 사람들이 11월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또 한 번 '시민권 포기 물결'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