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역사적인 맞대결 '쌍용매치'

'이청용 득점' 울산, 서울에 3-0 승
기성용, 3935일 만에 K리그 출전
옛 서울 멤버끼리 사진 촬영 '훈훈'

"성용이 몸 상태 안 좋다더니 상당히 가벼워 보이더라."(울산 이청용)
"청용이와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어서 행복했다."(서울 기성용)
K리그 역사에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졌다. 지난 2006~2009년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10대 바람'을 주도한 '쌍용' 이청용(울산 현대)과 기성용(FC서울)이 K리그에서 역사적인 맞대결을 벌였다. 둘은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이청용이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가운데 기성용은 후반 20분 정현철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성용이 K리그 경기에 출전한 건 지난 2009년 11월 21일 전남 드래곤즈전 이후 3935일 만이다. 또 이청용과 기성용이 K리그 그라운드에 함께 선 건 그 해 7월 19일 강원FC전에서 팀 동료로 함께 뛴 뒤 11년 1개월 만으로 이번엔 적이 돼 만났다.
둘 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서울 시절 쌍용 콤비로 불리며 연령별 대표를 넘어 A대표팀 주력 요원으로 성장한 둘은 2009년 나란히 유럽으로 날아가 11년간 활약했다. 그리고 올해 동시에 K리그 복귀를 추진, 우선협상권을 지닌 서울과 먼저 만났다. 그러나 이청용은 세부 조건에서 어긋나면서 지난 3월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기성용도 애초 서울과 갈등을 빚었으나 올여름 간극을 좁히면서 친정팀 복귀에 성공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둘은 얄궂게도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특히 이 날은 기성용의 서울 복귀전이어서 더욱 더 눈길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이청용의 판정승이었다. 그는 0-0으로 맞선 전반 18분 신진호가 차올린 코너킥 때 문전 혼전 중 재치있게 오른발 터닝슛으로 서울 골문을 갈랐다.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골 뒤풀이는 없었다. 이 골은 선제 결승골로 연결됐고, 울산은 주니오와 정훈성의 릴레이포로 3-0 대승하며 승점 45(14승3무1패)로 선두를 지켰다.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은 0-2로 뒤진 후반 20분 팀의 마지막 교체 카드로 기성용을 선택했다. 서울에 합류한 뒤 발목 부상 재활을 거쳐 최근 팀 훈련에 합류한 그는 아직 100% 몸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후반 30분 특유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 한 방으로 공격에 물꼬를 텄다. 아쉽게 한승규의 슛이 골문을 벗어났지만 서울은 기성용 투입 이후 공격에 활기를 보였다. 하지만 울산 화력에 무너지면서 연속 무패 행진을 4경기에서 마쳤다. 서울은 승점 20(6승2무10패)에 머무르며 중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린 뒤 '쌍용'은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둘 외에도 고명진(울산), 박주영 고요한(이상 서울) 등 과거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영광을 누린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진 촬영을 했다. 이청용은 "어린 시절 함께 재미있게 축구를 한 특별한 사람들"이라며 "언제 또 볼지 몰라서 사진을 남겨두고 싶었다. 명진이 형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는데 경기를 졌지만 함께 찍어준 (서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성용이는 첫 경기 뛰는 것 같지 않게 여유롭더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성용도 "팀이 크게 져서 아쉽지만 청용이와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었고 서울 소속으로 복귀전을 치른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울산 |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