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전히 백인 사회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전 세계인이 이를 확인했다. 흑인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범인 기소율 통계로 잘 드러난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졸려 사망했다. 최근에는 위스콘신 케노샤에서 흑인 제이콥 브레이크가 경찰관의 등에 쏜 7발에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미국 스포츠계도 항의에 동참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흑인 차별은 "정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권리 문제"라는게 선수들의 목소리다. 이들의 동참에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자신과 가족들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장선 게 프로농구(NBA) 선수들이다. NBA는 주축이 아프리카-아메리칸들이다. 7월 30일 리그가 재개될 때 NBA는""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를 코트에 새겨 놓았다. 현재 흑인 차별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데 선봉에 선 이가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35)다. '킹'으로 통하는 제임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스팅하는 메시지는 누구보다 널리 전달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행동과 크게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두 황제 모두 흑인이다. 사실 영향력 면에서 제임스보다 조던과 우즈의 발언에 무게가 더 실린다. 하지만 둘은 매우 소극적이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한 패널은 "조던은 지금 무얼하고 있나"라며 현 시점에서 조던이 목소리 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조던과 우즈는 같은 흑인 문제인데 왜 조용할까.
시계를 거슬러보자. 57년 전인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워싱턴 DC 기념탑 앞에서 20만 명의 군중 앞에서 그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한다. 연설 후 군중들과 함께 행진했다. 이 행렬에는 미국 스포츠에 최초의 흑백의 벽을 허문 전 브루클린 다저스 재키 로빈슨도 있었다. 킹 목사의 명연설 후 미국 사회에는 민권운동이 들불처럼 번진다. 이후 유명한 스포츠 스타 플레이어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바꾼다. 복서 캐시어스 클레이는 무하마드 알리로, NBA 스타 센터 류 앨신더는 카림 압둘 자바가 된다.
공교롭게도 민권운동에 앞장선 스타 플레이어들은 음으로 양으로 큰 피해를 본다. 재정 피해도 막심했다. 알리는 월남전 당시 징병에 거부헤 헤비급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NBA 최다 득점 보유자인 압둘 자바는 감독 취임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자택에 불이 나 소장한 희귀 레코드들이 모두 사라지는 등 돈도 모으지 못했다.
미국 백인 기득권층의 보이지 않는 힘은 무섭고 막강하다. 조던과 우즈는 스포츠 스타이면서 비지니스맨이다. 움직이는 기업이다. 자칫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냈을 때 자신들의 비지니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무시할 수 없다. 둘은 흑인 교육, 복지를 위한 센터 건립이라든지 기부금 등은 기꺼이 쾌척한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제임스가 이들과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