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는 관계없지만, 야구도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스포츠다. 작게는 투포수간 호흡부터 크게는 경기 당일 습도나 바람까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이 던지고 치고 달려서 직접 득점하는 종목인데다 팀 스포츠이면서 개인기량을 겨루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상대전적이 가장 안좋은 팀 중 하나인 뉴욕 양키스를 맞아 또 고전했다. 류현진은 7일뉴욕 버팔로에 있는 샬렌필드에서 열린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포함해 6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1회초 1사 후 연속타자 홈런을 내준 뒤 포심 패스트볼 대신 변화구 중심의 볼배합으로 전환해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혔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양키스를 상대로 두 차례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8.71로 극심한 부진을 겪은 징크스가 이어졌다. 타선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지만, 양키스와 상대성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류현진이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초반 계획이 틀어지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몸쪽 하이패스트볼로 타자의 시선을 끌어 놓고, 바깥쪽 체인지업, 몸쪽 커브 등으로 스윙을 유도하려던 계획은 1회부터 오류를 일으켰다. 초속 7m로 부는 강풍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날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구위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포심을 쓸 수 없는 투수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커브-체인지업 조합으로 타자들의 무게 중심을 투수쪽으로 끌어내는 게 최상의 방법인데, 토론토 야수진은 류현진의 플랜B를 구현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내야 땅볼에 대비하는 야수들의 자세는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보기에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기본적인 바운드 측정은 물론, 타구가 톱스핀인지 조차 가려내지 못하는 풋워크로 류현진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투수는 ‘수비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삼진이 아니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주자를 쌓아두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돌아갈 여유가 사라진다. 1회부터 홈런 두 방을 내준터라 몸쪽에 대한 부담까지 있으니 진퇴양난인 상태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올해 메이저리그는 60경기 초미니 시즌이다. 고직 9경기, 48이닝만에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익숙해지는 과정이니 LA다저스 시절처럼 동료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도 있다. 소속팀과 상대성도 이제 적응기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난타는 기본적으로 류현진의 책임이 크다. 구위나 제구 모두 지난 6차례 등판과 차이가 컸다. 투수가 매 경기 완벽하게 던질 수는 없으니, 에이스가 흔들릴 때 야수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수비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차포 다 떼고 나선 양키스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모습은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상대팀과 싸우기 전에, 류현진과 토론토 선수단, 류현진과 샬렌필드의 상대성을 최적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상대 팀 타자와 싸우기도 벅찬 무대가 메이저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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