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잇딴 예식 연기·취소, ‘先 동거 後 결혼’ 유행

뉴스포커스/달라진 결혼 트렌드

혼인신고만 먼저 하고 같이 사는 커플 많아

렌트비, 생활비 절감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

동거에 대한 부모세대 부정 시선도 누그러져

#김모씨(32·LA)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달 예정된 결혼식이 다음해 5월로 미뤄지면서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어차피 할 결혼인데 함께 살면서 렌트비와 생활비를 절약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일찌감치 김씨를 사위로 생각하고 있던터라 승낙을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한국에 계신 김씨의 부모님이었다. 결혼은 허락했지만 예식없이 동거부터 한다는 사실에 처음엔 반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고 이미 결혼을 전제로 수년간 만나온 사이라 같이 사는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김씨의 설득에 결국 동거를 허락했다. 김씨는 "일단 결혼신고를 마친뒤 다운타운에 함께 살 집을 렌트하고 가구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으로 대처했다"며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인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예정됐던 결혼식을 취소한 이모씨(여·30·패서디나)는 다음해에도 식을 올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결혼의복을 예약해 둔 드레스샵은 코로나19로 영업이 들쑥날쑥 하면서 벌써 세번이나 스케줄 조정을 요청했다. 이씨는 "이 시국에 결혼식을 계획하는 것도 너무 스트레스라서 일단은 예비 신랑이 살고있는 한인타운내 원베드룸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반대하시던 양가 부모님들도 ‘이미 결혼식을 허락한 상황에서 미리 함께 사는 게 무슨 큰 문제냐’는 두 사람의 설득에 결국 허락했다”고 말하고 "되레 두 사람이 따로 내던 아파트 렌트비도 절반으로 줄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놨다. 바이러스 확산 위험으로 결혼식을 치르기가 어려워지자 먼저 동거하고 결혼식을 나중에 하는 커플들이 증가하는 등 결혼식 트렌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혼도 안한 자식이 동거하는 것에 대한 부모 세대의 부정적인 시선이 누그러진 것도 이런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먼저 같이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열린 사고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웨딩플랜 업체 디바인디데이의 강제나 대표는 "이미 사전에 결혼 준비를 마친 커플들이 코로나19로 예정된 결혼식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예정됐던 장남의 결혼식이 취소된 후 혼전 동거를 허락한 윤모(60)씨는 “처음엔 망설였으나 되레 한국에 사는 예비 사둔이 ‘어차피 결혼할건데 어떠냐’고 말해 결혼 신고만 하고 동거하게 허락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요즘 젊은 애들 트렌드도 그렇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면 무조건 반대할 일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20·30대 74%

“혼전동거 문제없어”

이미 혼전 동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식이 ‘긍정’으로 바뀐지 오래다. 최근 한국 통계청이 혼전동거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대의 74.4%와 30대의 73.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물론 60~65세 예비 부모세대의 반대가 아직은 65%를 차지하지만 전에 비하면 이 수치 역시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