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토트넘 다큐 자막에 '소리침'이라 처리
스페인 언론, 유망주 소개하며 외모 비하 표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주요 선수로 자리 잡은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과 스페인 라리가의 특급 유망주로 꼽히는 이강인(19.발렌시아)이 비슷한 시기에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지난 11일 토트넘 홋스퍼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 7~9편의 예고편에서 손흥민과 프랑스 출신 골키퍼 위고 로리스와의 충돌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7월 에버턴과의 경기 전반전 후 상황인데 두 사람의 대화를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발견됐다.
아마존은 손흥민에게 소리치는 로리스의 발언을 정확하게 영어로 번역해 자막을 단 반면, 이를 받아치는 손흥민의 말은 'Shouting(소리침)'이라고 단순하게 처리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내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외국어까지 놓치지 않고 성의 있게 번역했던 아마존은 손흥민의 영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현지 언론과 자유롭게 인터뷰할 정도로 유창한 영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상에서도 자세히 들으면 손흥민이 받아치는 말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손흥민이 어떤 말을 했는지 번역한 영상까지 나왔다. 서양 세계에서 동양인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 척 하는 것은 흔한 인종차별주의적 행동이다. 영상에는 인종차별주의적 행동이 의심되는 아마존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손흥민의 뒤를 잇는 한국의 스타 이강인은 스페인 메이저 언론사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 스페인 언론 아스는 12일 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유망주들을 3D 캐리커쳐로 제작해 소개했는데 이강인과 일본의 쿠보 다케후사(비야레알) 등 아시아 선수들의 눈을 가로로 찢어 표현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틴 외데가르드, 세비야의 쿤데, 바르셀로나의 안수 파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앙 펠릭스 등의 눈이 세로로 긴 것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눈 찢기'는 동양인의 외모를 표현하는 흔한 인종차별 행동이다. 좋은 목적으로 소개한 기획 기사에서, 그것도 대형 언론사가 인종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서방에서 아시아인의 인종차별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국제 축구계에서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찌감치 'Say No To Racism(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슬로건을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이번 시즌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의 여지는 없다)' 패치를 달고 뛴다. 문제는 모든 캠페인의 사고방식이 흑인 이슈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도 애초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를 슬로건으로 정하려다 선회했다. 아시아계 선수들도 유럽 무대에서 여러 인종차별을 당하지만 워낙 소수고, 주로 흑인들이 희생양이 되는 부분만 드러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