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8안타 허용하고도 '1실점' 승리투
같은 코스에 같은 구종으로 헛스윙 삼진
통산 9경기 선발 등판 5승1패 ERA 1.23

상대 노림수를 파악해 경기 도중 볼배합을 바꾼 류현진(33.토론토)의 진가는 위기일수록 빛이 난다. 같은 타자에게 같은 코스에 같은 구종을 연거푸 던진다는 건 큰 위험부담을 갖고 있지만 '괴물'의 눈엔 확신이 차 있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살렌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1패)째를 수확했다.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홈 5번째, 살렌필드 4번째 경기 만에 승리를 수확했다. 메츠를 상대로도 9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23으로 천적관계를 유지했다. 초반 컨디션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 모습을 찾아 역시 에이스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안타를 8개나 허용하고도 단 한 점으로 막아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메츠 타선은 경기 초반 류현진이 던지는 바깥쪽 변화구에 포커스를 맞춘 인상을 풍겼다. 왼쪽으로 타구가 뜨면 홈런이 될 수 있는 살렌필드 특성에, 이날도 초속 8m 이상 강풍이 불어 류현진도 초반부터 몸쪽을 과감하게 쓸 수 없는 상태였다. 1회 무사 1루에서 J.D 데이비스의 좌중간 타구를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고, 2사 1, 2루에서 도미닉 스미스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을 때에도 상대 주루플리에 실수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등 운이 따랐다.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고군분투하던 류현진은 4회초 1사 1, 2루에서 연속삼진을 잡아낸 뒤 '괴물 본능'을 완벽히 되찾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스미스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피트 알론소를 상대할 때부터 전략을 수정했다. 자신의 체인지업에 알론소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바깥쪽에 3개를 연거푸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1, 2루 위기에 몰렸을 때에도 '심플 전략'을 유지했다. 브랜든 니모에게 볼 3로 카운트가 몰렸지만, 포심 3개를 잇따라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냈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바까쪽 낮은 코스는 류현진을 '컨트롤 마스터'로 부르는 이유를 증명하는 듯 했다. 실점 위기에서도 같은 구종을 비슷한 코스로 잇따라 던져 헛스윙을 잡아낸 것은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이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최소실점으로 흐름을 지켜내자 타선도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0-1로 뒤진 2회말 구리엘의 좌월 2점 홈런으로 역전한 토론토는 6회말 대거 5점을 뽑아 류현진에게 홈 첫승을 선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데이비드 피터슨에게 안타를 3개 밖에 뽑아내지 못하던 토론토는 6회말 바뀐 투수 브래드 브락에게 3연속타자 볼넷을 골라내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메츠가 자레드 휴즈로 급히 투수교체를 단행했지만 조나단 빌라르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빅이닝의 서막을 알렸다. 대타로 나선 트래비스 쇼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를 뽑아냈고 대니 잰슨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 더 달아났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