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전 매 이닝 '카멜레온 볼배합'으로 타자 요리
홈 첫승이자 시즌 4승… 평균자책점 3.00

1회부터 체인지업 노리는
타자들에 안타 맞고 실점
발빠르게 투구 패턴 변화
결정구 패스트볼로 허찔러
타이밍 뺏고 수싸움 제압

괴물은 진화를 한다. 형형색색의 무기를 가진 괴물 천지라면,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 하나 정도를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야구 괴물이 우글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도 확실한 무기가 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살렌필드에서 꺼내든 류현진의 무기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을만큼 위력적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1패)째를 수확했다. 4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는 등 안타 8개를 맞고도 단 한 점만 내준 것은 류현진의 남다른 'BQ(Baseball Quotient)' 덕분이다. 경기 상황에 맞게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식 볼배합은 류현진이 왜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스로 군림하는지 증명했다.
토론토 입장에서 봐도 이날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안정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지구 2위를 유지해야 한다. 뉴욕 양키스와 0.5경기 차 접전이라 '에이스가 등판한 날은 승리한다'는 공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더군다나 류현진은 살렌필드에서 치른 세 차례 선발등판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내셔널스파크에서 치른 시즌 첫 홈경기까지 포함해도 그간 거둔 3승은 모두 원정에서 얻은 수확이다.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하면 홈 불운을 떨쳐내야 했다.
메츠는 LA다저스시절 류현진이 천적으로 군림한 팀이라 좋은 결과가 예상됐다. 다저스시절 통산 8차례 맞대결을 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1.20으로 매우 강했다. 이닝당출루허용율(WHIP)이 0.89에 불과해 손쉽게 홈 무승 징크스를 떨쳐버리는 듯 했다. 지난 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자존심을 구긴 터라 설욕할 상대도 필요했다. 엿새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메츠 타선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포커스를 맞추는 등 단단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1회에만 안타 4개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탓에 자칫 '뉴욕 공포증'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이때 빛난 게 류현진의 BQ였다.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목적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패턴을 바꿨다. 실제로 이날 6이닝 동안 던진 92개 중 패스트볼이 46개로 50%에 달했다. 포심 최고구속은 147㎞까지 측정됐고 평균구속도 143.4㎞까지 나와 양키스전 때보다 힘이 붙었다. 메츠 타선은 매 이닝 안타를 뽑아낸 탓에 '포심 뒤 체인지업'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포심과 컷패스트볼을 섞어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컷패스트볼은 더 빠르게, 체인지업은 말그대로 오프스피드 피치로 확실히 구분해 던졌다는 점이다. 이날 컷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6㎞였는데, 체인지업은 129㎞로 차이가 컸다. 타이밍이 맞을 수 없는 볼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흔들었다. 카운트 피치로는 커브(15개)를 활용해 상대 타자들과 수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류현진이 던진 62개 스트라이크 중 타자가 반응한 공은 48개였는데, 이중 17개가 인플레이타구였고, 17개는 파울(헛스윙 14개)이었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헛스윙보다 인플레이타구가 더 많아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구사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경기 도중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에 따라 볼배합을 바꾸는 카멜레온 투구에 현지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토론토 찰리 몬토요 감독은 "이닝 마다 상황이 다른데 류현진은 이 때마다 새로운 접근법을 들고 나왔다. 경기 도중 계획을 바꾸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류현진이 에이스"라고 극찬했다. 뛰어난 BQ로 경기 흐름을 지켜내자 토론토 타선은 6회말 폭발해 7-3 승리를 선물했다. 4전 5기 끝에 홈 첫승을 따낸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00으로 떨어뜨렸다. 살렌필드에서는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74로 에이스 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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