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주방위군 소령 의회 증언

헌병 '살 태우는 고통' 광선무기 찾은 정황도

"국민을 적으로 보고 무기 쓰려고 한 점 충격"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지난 6월 미국 백악관 근처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기에 앞서 군 당국이 근처에 다량의 탄환을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뒤늦게 공개됐다.

당국은 시위 해산에 쓰려고 '윤리성 논란'이 제기된 전자기 광선 무기도 확보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DC 주(州)방위군 소속 아담 드마르코 소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이같이 증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보도했다.

지난 6월 1일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선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분개한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평화적으로 시위하던 군중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 해산했는데,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원을 가로질러 교회 건물 앞에서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대통령의 사진찍기 행사를 위해 시위대가 강제 해산됐다는 비난이 커지자 하원 천연자원위는 곧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드마르코 소령은 당시 주방위군 선임 장교로 시위 현장에 있었으며 방위군과 공원 경찰 간 연락책을 맡았다고 WP는 설명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주방위군은 시위 당일 버지니아주 벨부아 항구에서 워싱턴DC 내 무기고로 M4 카빈총들을 옮기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후 며칠 동안 미주리주와 테네시주 등에서 탄환도 이송했다.

6월 중순에 이르러선 이 무기고에 탄환 약 7천발이 비축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군 당국이 '윤리성 논란'이 있는 무기도 확보하려 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당일 정오쯤 워싱턴 지역을 관할하는 국방부 내 최고위급 헌병 당국자가 주 방위군에 '행동저지시스템'(Active Denial System)이 있는지 문의하는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ADS는 표적을 향해 강력한 전자기 광선을 쏴 살이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 비살상 무기이다. 2000년대 초에 대규모 시위대 해산용으로 개발됐지만 안전성과 윤리성에 문제가 제기돼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 헌병 당국자는 메일에서 "ADS는 표적이 즉각 위협행위를 중단하거나 달아나도록 한다"며 "치안 요원들은 ADS가 가져다줄 역량을 현재로선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마르코 소령 측은 의원들이 당시 정부의 시위대 대응에 관해 계속 조사할 것을 촉구하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국방부 당국자가 '잠재적 적'으로 부르며 수도 한복판에서 ADS 사용까지 고려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드마르코 소령은 당시 치안 요원들이 시위 강제 해산 전 해산 명령을 명백히 전달했다는 공원 경찰 측 증언도 반박했다.

시위 현장에서 식별 가능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장거리음향장치(LRAD)가 당일 현장에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찰은 이 장치 대신 메가폰을 사용해 불과 10m 거리에서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그는 증언했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