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세 가지 언어로 세 번 강조했다.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해 정규이닝인 7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KBO리그에서 자웅을 겨루던 조쉬 린드블럼과 선발 맞대결이었지만 5이닝 무실점에 삼진 6개를 곁들인 린드블럼을 머쓱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이날 경기는 지난 6일 신장 경색 진단을 받아 부상자 명단에 오른지 13일 만의 등판이라 김광현의 건강 상태에 가장 큰 관심이 모였다. 김광현은 마운드 위에서 시속 148㎞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타자 몸쪽에 찔러 넣는 것으로 투구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순항하던 김광현은 4회말 2사 1루에서 올랜도 아르시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야디어 몰리나를 마운드로 불렀다. 바깥쪽 슬라이더가 덜 휜 탓에 아슬아슬하게 볼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몰리나가 마운드로 걸어가자 더그아웃에서 통역 최연세 씨가 달려나왔다.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와 크리스 콘로이 트레이너도 함께 마운드로 향했다. 김광현은 몰리나와 볼배합 의견을 주고 받으려던 것뿐인데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걸어오자 웃으며 손을 들었다. 건강 문제가 아니라는 두 번째 강조였다.
마운드 위에서 두 차례 '바디 랭귀지'로 "건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김광현은 경기 후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또 "괜찮다"고 했다. 이번에는 한국어와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했다. 그는 "늦게나마 돌아와 공을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심각하게 부상하지 않는 이상 건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돈 워리"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세인트루이스가 1968년 밥 깁슨 이후 최고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선발 투수를 얻었는데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잃을 수 있다는 현지 취재진의 우려에 특유의 미소로 안심을 시킨 셈이다.
통증 발생 당시 상황도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복통을 느낀 뒤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해보고 충수염(맹장염)인줄 알았다.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절망했는데, 다행히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혈관 질환 탓에 병원 신세를 졌던 김광현은 이후 3년가량 혈액 용해제를 복용했다. 그는 "앞으로도 약은 계속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야구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꽤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혈압약만큼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은 "매덕스 코치로부터 상대 타자들이 몸쪽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다는 얘기를 들었다. 몰리나도 몸쪽 사인을 많이 냈다. 몸쪽으로 던진 공에 약한 타구가 많이 나와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 좋았지만, 팀이 패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