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못 알아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뉴스포커스

3월 이후 13만여명 사망, 상당수 코로나 원인 추정
펜데믹 봉쇄령 양로원 입주 치매 노인들 상태 악화

"엄마, 나야 나"

김모씨(50)는 매일 아침 LA 한인타운의 한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 윤모씨(80)에게 전화를 한다. 코로나19로 대면 방문이 금지되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윤씨는 치매를 앓고있다. 6개월 전만해도 윤씨는 곧잘 먹고 걷고, 딸과 대화를 했다. 코로나19로 혼자 격리된 시간이 길어지자 거동도 불편해지고 16파운드가 빠졌다. 상태가 점점 악화돼 이제는 딸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한다. 윤씨는 김씨에게 "내 딸 어딨느냐"며 "딸이 날 찾아오지 않을리 없는데 나를 버린것이 분명하다"고 노여워했다.

윤씨의 감정이 격해지자 눈시울이 붉어진 김씨는 오늘도 말없이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김씨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먼 발치서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수천명의 격리된 치매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16일 워싱턴 포스트도 연방 데이터 분석 자료를 인용, 지난 3월 이후 미국에서 사망한 치매환자는 13만 42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만 3200명 늘어난 수치로 상당수가 코로나19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펜데믹으로 인해 양로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치매 노인들의 경우 가족들과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채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약 10만명의 알츠하이머 및 치매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치매 환자수를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으나 평균 사망률에 비해 18%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3월부터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한인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타운 내 다수의양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지난 1달새 자식들을 못보고 돌아가신 치매 노인만 6명"이라며 "최근엔 일주일에 한번씩은 화환을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일찍 돌아가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양로원 관계자는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치매 노인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고립된 노인들은 무력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치매 증상이 심한 경우엔 자식들이 왜 찾아오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 없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양로원 출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치매 부모를 양로원에 입원시킨 자녀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양로원에 있는 노인뿐 아니라 집안에 격리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보건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한번 노인분들 식사 배달을 가는데 멀쩡하셨던 분이 직원을 못알아보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따로 사는 노령 부모들을 자주 연락하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