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뿌린 축의금 거둬들이는 '부모님 잔치' 끝

신풍속도

봉쇄령 장기화 미루던 결혼식 "작게 하자" 트랜드
가족과 친한 친구 등 10~20명 소규모 '안전 예식'

식비·꽃값 절약, 허례허식 줄이고 나름 내실있게
"축의금 챙기려는 문화 사라지고 퀄리티 중시로"

코로나19 여파가 무기한으로 이어지면서 예비 신랑 신부 사이에 '스몰웨딩' 붐이 일고있다.

코로나19의 뉴노멀 라이프에서 결혼식을 미루거나 안할줄만 알았던 예비 신랑신부들의 커스텀 웨딩 트렌드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하객들을 초대 못하는' 부모들은 아쉬워하지만 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되레 만족도가 높다.

'디바인디데이'의 웨딩플래너 강제나씨에 따르면 기본 100명에서 크게는 2~300명 사이를 웃돌던 결혼식 하객 풍경은 직계가족 등 10명만 참석하는 소규모로 둔갑했다. 안전을 위해 식사는 생략하거나 개인 도시락이 등장했다. 신부 화장이나 머리도 전문가에 맡기기 보다는 '셀프'가 대세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진이나 웨딩드레스에 예산이 더 집중되기 마련이다.

웨딩드레스 전문업체 벨라웨딩의 양경심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루던 커플들이 스몰웨딩을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하객 수가 감소하면서 식사 비용이 절감되자 예비신부들은 예전보다 드레스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고가 제품 문의도 늘어나고 평소보다 드레스 예산이 200~300달러 올랐다"며 "안전상의 이유로 드레스 렌탈 대신 구매 의사를 밝히는 신부들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벨라웨딩을 찾은 한 예비 신부는 "하객들도 많이 없는데 남는 건 사진 뿐이라 드레스 만은 최고로 입고싶다"고 말했다.

LA '권 포토(Kwon Photo)'의 정 권 사진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300명이 예정됐던 한 예비 부부의 결혼식 하객은 20명으로 축소됐다. 일부 커플은 하객 없이 코트하우스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야외촬영으로 결혼식을 대신 하기도 한다. 권 사진사는 "웨딩 촬영은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 형제 등 직계가족 위주로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다"며 "야외촬영은 평소 인기 촬영지였던 산타모니카 일대보다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에스더 선 사진사 역시 "코로나19 이후 개인 주택이나 에어비앤비, 공원 등 안전한 장소에서 촬영 문의가 많다"며 "특히 이전에 비해 사진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커플들이 늘어나면서 결혼식 예산에서 사진에 대한 비중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결혼식 규모가 대폭 축소된 가운데 신랑신부가 하객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 웨딩플래너는 "소규모 웨딩인 만큼 신랑신부는 초대받은 하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결혼식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성을 들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지나 보자기로 포장한 개인 도시락이나 하객과 함께 찍은 사진, 손글씨가 적혀있는 답례품 등 정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결혼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하객이 10명 미만일 경우 리무진이나 미니벤을 렌트해 집에서 식장까지 픽업하고 떨어뜨려 주는 차량 서비스도 인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결혼식 트렌드가 무조건 많은 하객을 초대해 축의금을 챙기는 문화에서 벗어나 퀄리티와 정성을 중시하는 스몰웨딩으로 자리 잡을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한국에선 예물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갈 수 없게된 신랑 신부들이 예식을 축소하면서 예물에는 더 돈을 쓰는 추세다. 지난 7~8월 롯데백화점에서 예물, 혼수를 산 고객의 1인당 객단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30% 증가했다. 시계 브랜드 IWC는 코로나19 이후 결혼 예물로 600~700만원대 모델에서 1000만원대 이상인 모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