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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 선수 스페인 멘트리다 감동적인 스포츠맨십, "이게 스포츠다" 전세계 찬사

골인점 50m 전 앞서가던 경쟁자 코스 이탈 실수 뒤처지자
멈춰 기다렸다 경쟁자 먼저 결승선 통과하게 동메달 양보
"그는 경기 내내 내 앞에 있었다…메달은 그의 차지가 맞아"

자신의 앞을 달리고 있던 경쟁자가 경기 막판에 코스를 잘못 들자 결승선에 멈춰 경쟁자에게 동메달을 양보한 스페인 철인 3종 선수의 스포츠맨십이 뒤늦게 알려지며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20일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 대회' 경기 도중 스페인 선수 디에고 멘트리다는 코스를 착각해 뒤처진 영국 선수 제임스 티글이 먼저 골인 지점을 통과하도록 양보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티글과 멘트리다는 50m도 남지 않은 결승선을 향해 앞뒤로 나란히 뛰고 있었다. 그러다 꺾어지는 코스에서 정해진 주로를 벗어났다. 티글은 길을 막아선 철제 펜스를 손으로 짚은 뒤에야 머리를 치며 허둥지둥 돌아서 나올 수 있었다.

멘트리다는 그 사이 티글을 앞질러 결승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며 티글의 상황을 파악한 멘트리다는 결승선 앞에서 멈췄고, 경쟁자가 먼저 골인하도록 기다려줬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선수는 결승선 앞에서 악수한 뒤 멘트리다는 티글의 등을 밀며 선두를 양보했다. 결국 멘트리다의 양보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티글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멘트리다는 곧이어 들어오며 4위에 그쳤다. 동메달 상금 300유로(약 40만원)대신 스포츠맨십을 선택한 것이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멘트리다의 스포츠 정신에 찬사를 보냈다. 레이스가 끝난 후 티글은 멘트리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멘트리다는 경기 후 "티글은 경기 내내 내 앞에 있었다"며 "나는 그가 길을 잘못 든 걸 파악하고 그냥 멈췄다"고 밝혔다. 그는 "티글은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다시 그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티글은 "결승선을 앞에 두고 길을 잘못 들었고,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앞서 가던 멘트리다가 내가 먼저 통과할 수 있게 멈춰서는 걸 봤다. 믿을 수 없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멘트리다의 스포츠맨십을 전해 들은 대회 본부는 멘트리다에게 '명예 3위'입상자 자격을 부여하고 3위와 같은 상금인 300유로를 지급했다.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트위터에서만 510만회 이상 재생됐고 3만6천번 이상 공유됐다.

이 대회 우승자인 자비에 고메즈 노야는 멘트리다의 행동을 "역사상 최고"라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