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45척·항공기 6대 투입…아직 별다른 성과 없어

목포 숙소서 개인 PC 못 찾아…무궁화 10호 CCTV 분석 의뢰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홍현기 기자 =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이 8일째 이어졌다.

그의 실종 전 행적을 조사 중인 해경은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정황은 찾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어업지도선에서 발견한 슬리퍼의 소유주를 확인하고 있다.

◇ 연평도 서쪽∼소청도 남쪽 96㎞ 집중 수색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47)씨의 시신과 소지품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해경은 북한에서 피격돼 숨진 A씨의 시신이나 소지품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지역으로 떠내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연평도 서쪽부터 소청도 남쪽까지 가로 96㎞, 세로 18.5㎞ 해상을 8개 구역으로 나눠 해군과 함께 수색 중이다.

해군이 서해 NLL과 가까운 4개 구역을, 해경이 그 아래쪽 나머지 4개 해상을 맡았다.

이날 집중 수색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36척과 어업지도선 9척 등 선박 45척과 항공기 6대가 투입됐다.

해경은 500t급 함정 4척·300t급 3척·소형함정 6척 등 13척과 항공기 2대를, 해군은 호위함 1척·초계함 2척·고속함 4척·고속정 11척·고속단정(RIB보트) 5척 등 23척과 항공기 4대를 투입했다.

인천시 옹진군과 충남도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어업지도선 9척도 수색에 동원됐으며 연평도 어선 등 민간어선 130척가량이 조업 활동과 병행해 수색을 돕고 있다.

신중근(54) 연평도 어촌계장은 "수색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어민들이 생업을 접고 할 순 없지만, 조업 중이나 조업이 끝나고 돕고 있다"고 말했다.

◇ 소청도 해상서 구명조끼 오인 발견

이날 해군이 A씨의 시신과 소지품 등에 대한 수색 중에 소청도 해상에서 구명조끼로 추정된 물체를 발견했으나 확인 결과 플라스틱 부유물 등으로 파악됐다.

해군 항공기는 이날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동방 해상에서 A씨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구명조끼로 추정되는 물체가 해상에 떠 있다"고 해경에 통보했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투입한 끝에 이날 오후 소청도 남동방 해상에서 해당 물체를 찾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구명조끼와 비슷한 색깔인 주황색 플라스틱 부유물과 나무 조각 등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부유물은 해상에서 기름이 유출되면 방재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오탁방지막'으로 가로 30㎝, 세로 1m 크기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둥근 형태의 주황색 플라스틱 물체가 반쯤 잘린 상태였고 구명조끼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해경과 해군은 전날에도 오후 6시부터 함정 등 22척을 투입해 밤샘 수색을 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 해역에서 사망한 A씨의 시신을 수색 중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해양 관련 전문가인 한 교수는 "(바다에서) 살아있다면 모르겠지만 사망했다면 해양 생물 등으로 뼈만 남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더라도 물 밑으로 빠져서 가라앉아버리기 때문에 시신을 찾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구명조끼도 (실제 입고 있었는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하루 2번씩 밀물과 썰물이 바뀌면서 조류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사망 시각을 정확히 알지 않는 이상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찾기가 쉽지 않다"며 "핸드폰 등 소지품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다 바닷속에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진 월북 정황 못 찾아

A씨의 실종 전 행적도 수사 중인 해경은 그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관련 정황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최근 해경은 전남 목포에 있는 서해어업지도관리단의 직원 숙소를 찾아 A씨의 개인용 컴퓨터(PC)가 있는지를 확인했으나 찾지 못했다.

해경은 그가 마지막에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내 공용 PC와 그가 3년간 근무했던 무궁화 13호의 공용 PC에 대해서도 북한 관련 검색 기록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을 하고 있다.

이날 디지털 포렌식이 마무리되면 A씨가 실종되기 사흘 전부터 고장 난 무궁화 10호 내 폐쇄회로(CC)TV 2대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해경은 앞서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A씨가 실종됐을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실제 착용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또 무궁화 10호에서 채취한 각종 지문을 분석하는 한편 선내 밧줄 밑에서 발견된 슬리퍼가 A씨의 소유인지도 유전자 감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해경은 군 당국에 월북 정황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으며 두 기관은 이날 오후 자료 열람 여부와 범위 등을 다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과 정보당국은 북한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을 근거로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입장이지만 A씨의 형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