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커 논란 이어 '입지 변화 기류'까지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이강인(19.발렌시아)의 입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강인은 26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에서 열린 우에스카와의 2020~2021시즌 스페인 라리가 3라운드 경기에서 선발 제외됐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후반 40분이 돼서야 피치를 밟았다. 이강인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베스트11에서 빠진 가운데 발렌시아는 승격팀 우에스카와 졸전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강인의 출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강인은 개막전이었던 레반테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71분을 소화했다. 혼자 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 교체됐다. 이어진 2라운드 셀타 비고전에서도 선발 출전했지만 하프 타임에 교체됐다. 3라운드에서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5분여를 뛰는 데 그쳤다. 추가시간을 포함해도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당초 이강인은 이번 시즌 발렌시아의 주축으로 자리 잡을 것처럼 보였다. 발렌시아는 출전 기회를 찾아 떠나려는 이강인을 붙잡기 위해 출전 시간은 물론이고 이강인에 맞는 포지션까지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밀었다. 마침 개막전에서 베스트11에 들어갔고, 이강인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강인은 무리 없이 주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팀 내 입지에 이상기류가 드러나는 분위기다.
이강인의 경기력이 발렌시아 동료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 셀타 비고전에서 이강인은 100%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의 윤활류 구실을 했다. 우에스카전에서도 막판에 들어간 이강인은 창조적인 전환 패스와 정확한 킥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공격의 확실한 옵션인 이강인을 경기 종료 5분 전 투입한 하비 가르시아 감독의 선택에 의문이 드는 것도 이강인의 우수한 경기력 때문이었다.
현재 발렌시아와 이강인은 재계약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렌시아는 재계약을 3년 연장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로 데뷔한 이강인도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재계약이 이강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출전 시간이나 입지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굳이 장기계약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일시적이라면 문제 없지만 감독의 외면이 장기화 된다면 재계약은 오히려 독이 될 우려도 따른다. 지난 경기에서 이강인은 프리킥을 호세 가야에게 빼앗기는 모습도 보였다. 여러모로 발렌시아와의 궁합에서 엇박자가 드러나고 있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