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에 '시신' 단어 없어…"기름 뿌려 태웠다" 발표근거 궁금증 중폭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를 사살한 이후 소각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영상과 사진을 군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실제로 시신을 태워서 생긴 불빛인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군은 A씨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오후 10시11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이 불빛을 관측한 상황 등을 토대로 북한이 A씨의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발표한 바 있다.

40여분간 탔던 이 불빛은 연평도에 있는 열상감시장비(TOD)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발표 당시와 이후에도 해당 영상과 사진을 확보했는지 함구해왔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영상을 찍은) 사진을 봤다"라고 영상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시신을 소각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군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이 실제 시신을 소각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군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수집한 대북 첩보에도 '시신'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원 의장이 확인하면서 논란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시신이 아닌 A씨가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의 이런 설명도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비록 '시신'이란 단어가 첩보에는 없다고 해도 '시신에 기름을 뿌려 태웠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들은 첩보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렇다고 군이 속 시원히 이를 모두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시신을 소각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수집된 여러 첩보를 바탕으로 그런 정황을 추정해서 단정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과 해경은 A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18일째 강도 높은 수색을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연평도 서쪽부터 소청도 남쪽까지 가로 96㎞, 세로 최대 59km 해상을 총 6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 중이다. 해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운 3개 해상을, 그 아래쪽 나머지 3개 구역은 해경이 맡았다.

합참 국감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군이 실종된 이튿날 오전 'A씨가 서해 NLL 인근 북서쪽으로 표류한다'는 예측 결과를 해양경찰로부터 보고받고도 묵살하고 수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를 토대로 북서쪽을 수색했다면 시신을 찾았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이 의원 지적이다.

그러나 원 의장은 답변에서 "해군에 전파되고 수색 계획이 확인된 다음, 해군이 소연평도 북서쪽 해역을 탐색했다"고 반박했다.

또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군과 해경의 발표를 유족들이 여전히 수긍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합참은 이날 국감에서 SI(특별취급첩보) 첩보에 '월북'이란 단어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발표에서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던 군 당국이 발표의 신빙성을 확보하고자 SI의 단편적인 내용을 스스로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의장은 '희생자(A씨)의 육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상식적으로 우리가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순 없다"고 답했다. 북한 선박이 육상의 해군부대에 보고한 내용을 감청한 첩보에 '월북'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방부에 대한 국감에서 '(공무원이) 북한 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월북 얘기를 한 것이 맞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 질문에 "최초에 그 배가 발견했고 거기서 검문이나 탐문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배하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첩보에 '월북'이란 단어가 나왔다면 그 단어를 사용한 전후 맥락이나 문장도 공개해야 논란이 해소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시신'이란 단어가 첩보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군이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을 놓고 '군의 첩보 해석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일각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소각 당시 불빛을 포착한 영상은 SI가 아니라고 합참이 밝힌 만큼 이 영상과 사진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 당국은 '총살'과 관련해서는 '북한 총기와 직접 관련 있는 특정 숫자'가 첩보망에 포착됐고, A씨 사건 이전 북중 접경지역에서 6건의 총살 사례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