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연결고리 지목 신씨…잠적설 깨고 검찰 출석 의사 밝혀

정영제 신병 확보·이혁진 귀국 여부도 검찰 수사에 '변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김주환 기자 = 1조원대의 펀드사기에서 출발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방향을 선회한 검찰의 옵티머스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치권 로비 창구로 지목돼 의혹을 규명할 '키맨'으로 부각된 연예기획사 전 대표 신모 씨가 자진해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 6월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13일 연합뉴스의 통화에서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가만히 있으면 내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 검찰에서 부르면 출두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볼 때 신씨는 검찰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혐의 사실들의 진위를 가리고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씨가 지금까지 제기된 정치권 로비 의혹의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할 경우 로비 대상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합리적인 해명과 근거를 제시할 경우 검찰 수사에 앞서 언론 보도 등으로 부풀려진 신씨와 관련한 의혹은 해소될 수도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신씨가 정치권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김 대표로부터 롤스로이스 차량 등 10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 앞서 자신의 향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지방에서 건설사업을 같이 하려다 일이 틀어져 손해만 봤을 뿐 로비스트 역할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로비 의혹은 구속기소된 김 대표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만간 신씨를 불러 정치권 로비 의혹의 실체와 사실관계, 신씨의 실제 역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김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들과의 대질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씨와 함께 옵티머스 정·관계 의혹을 밝힐 또 다른 키맨으로 거론되는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의 행방도 쫓고 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씨는 옵티머스가 금융권과 공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옵티머스가 2017년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700억원대의 투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전파진흥원 고위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옵티머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2천900명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끌어모아 실제로는 부실채권, 비상장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의 귀국 여부와 일정도 검찰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이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하는 등 여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어 옵티머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정치권 로비 의혹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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