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매고 들어와 물건들 슬쩍…대부분 노숙자, 노인들 '생계형 범죄'
[타운뉴스]
1주에 1~2건서 코로나19 이후 하루 1~2건 '쑥'
"신고해봐야 액수 적어 경찰도 출동 미적" 골치

"할머니, 배낭은 프론트에 맡겨주세요. 들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지난 주말 타운내 한인마켓에서 한 직원이 커다란 배낭을 매고 마켓을 들어서는 한인 노인을 막아섰다. 그러자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당신이 뭔데 가방을 맡기라 마라야? 지금 나 의심해? 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 하고 유유히 마켓 안으로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한인마켓 내 절도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A마켓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평상시엔 1주일에 1~2건에 불과하던 절도 사례가 코로나19 이후론 1주일이 아니라 하루에 1~2건씩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한인 마켓들도 잦은 절도 사례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절도범은 대다수가 코로나19 이후 생활고에 직면한 한인 노인들과 노숙자들이다.

이들은 물건을 훔치기 위해 주로 양쪽 어깨에 매는 배낭이나 바퀴가 달린 대형 가방을 이용한다.

마켓 측은 절도 예방을 위해 'No Backpacks Allowed(배낭 금지)' 등의 사인을 마켓 입구에 내걸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별로 협조적이지 않다.

B마켓의 한 관계자는 "큰 가방을 든 고객이 보이면 제지하긴 하지만 일일이 다 살펴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한인 노인들의 경우 가방을 맡기고 가라고 부탁하면 '도둑 취급하냐'며 격하게 화를 내기 때문에 쉽지않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훔치는 물건을 보면 노숙자의 경우 주로 샴푸나 비누 등 생활용품들이고, 한인 노인들은 대부분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의 식료품이 주를 이룬다.

적발됐을 때 보이는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돈이 한 푼도 없으니 마음대로 해라", "돈을 내려고 했는데 깜빡했다"는 등 외에도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생활고를 호소하기도 한다.

C마켓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이후로 한인 노인과 노숙자의 절도 행각이 증가했다고 전하고 "신고도 여러번 해봤지만 액수가 적어서 경찰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인노인들의 경우 보호자를 불러서 사과를 받고 모셔가게 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 가방은 미국 주류마켓에서도 반입이 금지되어있다"며 "한인 마켓도 저마다 가방 반입에 대한 지침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