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사시카이아 수출 일보직전 일당 덜미, 저가 시칠리아 와인 최고급 포장
이탈리아

진품 한병에 27만원 짜리 "70% 싸게" 솔깃
8만병 선적직전 탄로 일망타진, 사기물거품
한국외에 러시아·중국 바이어들 '봉' 될 뻔


저가 와인을 최고급인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한국 등에 수출하려 한 일당이 적발됐다.

15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시칠리아의 값싼 와인을 사들인 뒤 이를 사시카이아 브랜드로 포장해 해외시장에 판매하려 한 혐의로 밀라노 출신 부자(父子) 2명을 체포하고 다른 일당 11명을 수사하고 있다.

테레니아해에 면한 토스카나주 테네타 산 귀도에서 생산되는 사시카이아는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부흥을 이끈 최고급 와인으로 한병에 200유로(약 27만원)를 호가한다. 이들은 시칠리아의 저가 와인을 진짜 사시카이아 와인처럼 보이도록 '디테일'에 특히 공을 들였다.

진품과 짝퉁을 구별하기 위한 라벨의 홀로그램은 물론 라벨 재질과 무게까지 똑같이 만들었다. 코르크도 사시카이아와 유사한 크기와 모양으로 특별 제작했다.

아울러 병은 터키에서, 코르크는 불가리아에서 공급받는 등 국제적 분업 체계도 구축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월 4천200병(시가 약 5억3천만원)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해외 판매를 준비했다. 이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한국을 포함 러시아, 중국 등의 바이어들이었다. 바이어들은 진품의 시장가보다 70% 저렴한 '가성비'에 혹했다.

이탈리아 경찰의 도청 기록에 따르면 이들 사이의 대화에서 중간 판매책이 "(맛이) 꽤 괜찮다. 하지만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팔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 있다. '완전 범죄'를 위해 와인이 널리 소비되지 않는 지역을 타깃으로 한 셈이다.

하지만 첫 납품 상자가 선적되기 직전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들이 소유한 밀라노의 와인창고에는 무려 8만병의 가짜 와인이 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 수사는 한 경관이 토스카나주 엠폴리 지역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사시카이아 와인 상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운송차량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상자에는 2개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이것이 수사의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토스카나주 와인산업협회의 프란체스코 콜피치 회장은 "불행하게도 토스카나 특산품에 대한 위조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