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도시 부동산 거래는 외려 활발…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 등 선벨트, 인기 전출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시카고의 인구 이탈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전반적인 인구 감소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시카고는 최근 수년간 가장 큰 폭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미국 3대 도시 위상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산 바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20일(현지시간) 이사 관련 서비스 대행업체 '업데이터'(Updater)의 분석 자료를 인용, "지난 3월 1일부터 9월 30일 사이 시카고 시 유입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반면 유출 인구는 무려 19%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업데이터는 해당 기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약 3만9천 건의 이사 내용을 분석해 자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전체 이사의 절반 이상인 52.3%가 시카고 시를 빠져 나간 경우였고, 47.7%는 외부에서 시카고 시로 전입하거나 시카고 시 내에서 이동한 경우였다.

시카고를 떠난 이들이 교외도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옮겨 간 곳은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 등 소위 '선벨트'(Sun Belt)에 속한 주였고, 미시간·인디애나·위스콘신 등 인근 주들이 뒤를 이었다.

업데이터 측은 코로나19가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며 "일자리 불안과 재택 근무 전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을 원하는 경향 등이 합해져 새로운 이사 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 부동산 협회장을 지낸 업계 전문가 모리스 햄튼은 "이번 보고서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있는 사실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 시 전출자 대다수는 세입자들이며, 이들 중 일부는 시카고 교외도시의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며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고액의 임대료를 내고 도심 고층 아파트에 살았으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지금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갖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 기간, 집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기 위해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시카고 도심의 부동산 거래는 줄었어도 인근 지역은 외려 호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전반적인 주택 재고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보다 수요가 더 많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고 모든 제재 조치가 해제된 이후 시카고의 모습은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업데이터 마케팅 담당 부사장 제나 와이너먼은 올해 실시된 미국 인구총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사 패턴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적기에 확인해보기 위해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들로부터 데이터를 모아 자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카고 시의 인구 감소 현상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올해 유출 인구 가운데 다수는 시카고를 영구적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팬데믹 기간 임시로 거처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 유동성이 높아졌지만, 가족의 주거 형태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2020년은 인구 이동 패턴에 있어 매우 '변칙적인' 한 해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