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됐다. 28살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죽음은 세상에 많은 화두를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는 목소리가 계속된다.

구하라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만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구하라는 걸그룹 카라 출신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데이트 폭력과 리벤지 포르노 등의 피해로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구하라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악성 댓글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오던 故설리가 사망한 뒤 구하라까지 숨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 감정의 배설구로 변질된 댓글 문화의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다음과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차례로 연예 뉴스 댓글란을 없앴으나 타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는 악플러들 행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악플러들은 무대를 옮겨가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당시 국회에 쏟아졌던 악플방지법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자정 노력과 함께 악플을 엄벌하는 제도적 대책 논의도 계속해서 이어가야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데이트 폭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구하라를 폭행·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연인 최종범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동의 없이 구하라의 몸을 촬영한 혐의는 무죄가 유지됐다. 최종범은 2018년 9월 구하라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8월 구하라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와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구하라에게 강요한 혐의(강요)도 받는다.

이 재판은 구하라와 최종범의 쌍방 폭행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활동 재개를 준비했던 구하라가 사망하면서 ‘리벤지 포르노’ 이슈를 이끌어내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연인 사이였을 때 촬영한 사생활 사진·영상을 이별한 뒤 보복성으로 활용하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보복성 성관계 영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남겨져 법조계와 연예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하라의 사망 이후 떠오른 또 하나의 사회적 이슈는 바로 부모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민법 개정안, 일명 ‘구하라법’이다. 구하라의 친모는 구하라가 9세 때 가출에 20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씨는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하라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양육을 포기한 부모가 유산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구하라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사이 제2, 제3의 구하라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으나 국회 행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하면서 입법을 다시 추진 중이다.

사망 이후에도 각종 소송과 갈등에 이어 지난 1월엔 고인의 자택에 도둑이 침입해 고인의 금고를 훔쳐가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안타까움을 안겼다. 한류스타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사랑도 비난도 모두 감내해야 했던 故 구하라. 힘겹게 견뎌내야 했던 삶이었기에 그곳에서만은 편안하길 바랐지만, 부끄럽게도 고인이 생전에 안아야 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채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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