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등 유동적 입법 상황서 세 결집…참가자는 적을 듯

전국 동시다발 집회 비판 확산…'위원장 선거 앞둔 정치적 고려'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국면에서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하기로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조법 개정을 저지하는 것을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 총파업 목표는 노조법 개정 반대·전태일 3법 입법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5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목표로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전면에 내걸었다.

민주노총이 비판하는 노동법 개악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동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노동법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으로, 협약 내용을 반영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해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다.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 사업장 소속이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업장 주요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것은 단체행동권의 심각한 제한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쟁의행위 장소의 제한은 파업의 무력화를 초래할 수 있고 결국 노조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한 것은 단체교섭권의 제한이라고 노동계는 비판한다. 또 개정안으로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노동권 보장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의 기준을 온전히 반영하는 쪽으로 노조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 중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발의안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발의안 등 상대적으로 노동계 요구에 충실한 것도 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 권고를 반영한 정부 개정안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전태일 3법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직 등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중대 재해를 낸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등을 위한 입법을 가리킨다.

중대 재해를 낸 기업 등의 처벌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경우 노동계가 민주당에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의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기로 한 것은 노조법 개정안 등의 입법이 극히 유동적인 상황에서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경제 영향은 미미할 듯…문제는 코로나19 방역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15만∼20만명의 조합원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참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동위원회 쟁의 조정 절차 등을 거쳐 파업권을 확보한 사업장이 몇 곳 안 되는 데다 총파업 지지 열기가 현장에 얼마나 확산했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참가할 단위로 현대중공업, 한국GM, 코레일네트웍스 노조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원회 등을 꼽았지만, 이들은 임금 등 사업장 내부 문제로 이미 분규가 진행 중인 곳으로, 총파업과 시기가 겹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밀한 의미에서 노조법 개정안 저지 등을 목표로 한 총파업 참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의 작년 3월과 7월 총파업 참가자도 고용노동부 추산 기준으로 각각 3천명, 1만2천명에 그쳤다. 이번 총파업도 이 정도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번 총파업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방역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당일 전국 곳곳에서 개최할 집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이미 3차 유행에 들어선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수칙을 준수할 뿐 아니라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자체적인 방역 조치를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가 2차 유행 국면으로 흐르는 데 도화선이 된 보수단체의 지난 8월 15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와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다수의 참가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역 질서가 무너진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여전한데도 민주노총이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3차 대유행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아이들의 수능이 목전에 다가왔다. 영세 상인은 생계가 걸린 가게 문을 닫고 있다"며 민주노총에 집회 자제를 촉구했다.

◇ 오는 28일 위원장 선거…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가능성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한 데는 내부의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 조합원 투표로 차기 위원장을 선출한다. 공교롭게도 위원장 선거를 며칠 앞두고 총파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일부 정파가 선거를 앞두고 대정부 투쟁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총파업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4명의 후보가 사회적 교섭과 투쟁의 우선순위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장별로 조건에 따라 속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의견수렴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