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배급사 판씨네마(주)에 따르면 ‘미나리’가 최근 덴버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최우수 연기상(스티븐 연)을 받았다. 앞서 덴버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그린 북’, ‘쓰리 빌보드’ 등은 아카데미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때문에 ‘미나리’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으며 소리 없이 강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 감독 작품으로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한다. 앞서 윤여정은 “작품보다도 감독 때문에 출연했다”고 재차 강조할 만큼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이미 ‘무뉴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후보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 아이작 정 감독 역시 신작인 ‘미나리’에 대해 “나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미나리’는 이번 덴버영화제 뿐 아니라 선댄스영화제 심시위원상과 관객상, 미들버그 영화제 관객상과 배우조합상, 하트랜드 영화제 관객상과 지미 스튜어트 공로상을 수상했다. 또 제40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는가 하면 지난 9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서 예측한 ‘2021년 오스카 후보 예측’ 작품 중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관객상 싹쓸이는 물론 여러 부문을 휩쓸며 다음 행선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기생충’에 이어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될 수 있을지, 나아가 윤여정, 한예리가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도 오를 수 있을지가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오는 12월 개봉을 앞둔 미국 내에서도 작품에 대한 반응이 청신호고, 앞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 최초 공식 상영이 이뤄졌다. 거창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가족 이야기라는 반응이 이어지며 해외에서도 낯선 것보다는 신선함으로 다가갔다는 평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예리도 “‘미나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생각되기에 많은 분이 공감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을 느끼셨다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많이 울고 웃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생충’ 이후 K무비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으나 이후로는 그렇다할 소식은 없었다. 하지만 ‘미나리’가 꾸준히 선전하며 다시금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 물론 노미네이트와 수상 여부를 떠나 한국 여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하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등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국경을 넘어 쏟아지는 찬사는 더욱 유의미하다.

한편 내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의 후보 발표는 2021년 3월 15일이며,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미나리’의 도장깨기는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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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판시네마(주), A24